1. 칼럼/인터뷰 #

책방보다 카페? 책이 버림받는 사회를 생각한다

대통령 기자회견이 열리면 수많은 기자가 손을 든다. 대통령의 말 한마디가 속보가 되고, 정치권의 논평이 뒤따른다. 권력과 정쟁, 부동산과 경제, 산업정책에 관한 질문이 대부분이다. 물론 중요하다. 그러나 문화, 특히 책과 독서의 위기를 묻는 기자는 좀처럼 없다. 대통령의 관심사가 아니어서만은 아닐 것이다. 기자들의 관심에서도 멀어졌기 때문이다.정치권력의 변화나 집값은 당장 뉴스가 되지만, 사람들이 서서히 책을 읽지 않게 되는 현상은 속보가 되지 않는다. 그러나 나는 이것이 우리 사회의 미래를 훨씬 오래 바꿔놓을 문제라고 생각한다.

hu, 01 Oct 2026 03:26
異端(이단), 그들은 누구인가?

1955년 5월 16일자 「조선일보」에 “梨大에 제적 사태, 邪敎徒라고 교수학생 17명 처분”이라는 기사가 실려 세간을 떠들썩하게 했다. 이 사건으로 이화여대의 학생과 교수 17명이 제적, 파면되었다. 당시 총장이었던 김활란이 직접 집행했다. 이유는 기독교 정신에 반하는 사이비 신앙(사교) 활동을 학교 내에서 허용할 수 없다는 것이었다. 이른바, ‘이대 사건’이라 칭했던 이 사건은 통일교 교주 문선명이 “음행(淫行)이 신앙”이라고 하면서 여신도들을 농락한 사건이었다. 당시 경향신문은 “노정되는 통일교의 정체, 괴상망칙한 교리-교주에

ue, 01 Sep 2026 00:06
'오디세이'에서 만난 팔레스타인

모두가 격찬하는 <오디세이>는 어떤 영화일까. 영화는 무엇을 이야기하고 싶었던 것일까. 무려 2시간 52분. 적지 않은 시간이었다. 솔직히 말하면 내내 조금 혼란스러웠고, 씁쓸함에 분노까지 슬쩍 치밀었다. 화려한 서사와 눈부신 장면들에 그저 적당히 감동하면 될 것을, 영화를 보면서도 내 생각은 스크린에는 나오지도 않는 곳을 맴돌았다. <글래디에이터>에서 막시무스가 그토록 돌아가고 싶어 했던 밀밭 너머의 집. 그리고 아이들이 천진하게 웃고 있는 폐허로 변한 팔레스타인 골목이었다. 내게 <오디세이>는 전쟁도, 영웅도, 모험도 아니었다.

ue, 01 Sep 2026 00:06
유시민이라는 ‘유사 정치인’의 절창(切創)

구병모의 장편소설 『절창』에서 ‘절창’은 아름다운 노래를 뜻하는 절창(絶唱)이 아니다. 칼이나 날카로운 물체에 베여 생긴 상처, 곧 절창(切創)이다. 소설의 주인공은 타인의 상처에 손을 대는 순간, 그 사람이 품고 있는 기억과 감정, 두려움과 욕망을 읽어낸다. 상처는 반드시 칼이나 물리적 폭력으로만 생기는 것이 아니다. 말과 글은 몸을 베지 않고도 사람의 존엄과 명예, 자존감을 훼손한다. 육체의 상처는 시간이 지나면 아물 수 있지만, 공적인 공간에서 가해진 조롱과 낙인, 근거 없는 추론은 오랫동안 모멸감을 안긴다. 유시민의 정치적

Fri, 31 Jul 2026 18:50
정상국가는 군대로 만들어지지 않는다

오는 8월 15일이면 일본 제국주의가 패전한 지 81년이 된다. 세 세대가 바뀌고도 남을 시간이 흘렀지만, 동아시아에서 과거는 좀처럼 과거가 되지 않는다. 일본은 ‘정상국가’를 말하고, 주변국은 여전히 일본의 역사 인식을 묻는다.한반도를 둘러싼 안보 환경은 빠르게 흔들리고 있다. 북한은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을 지원하며 병력을 파견했고, 북·러 군사협력도 깊어지고 있다. 중국과 북한의 관계 복원, 대만해협의 긴장까지 겹치면서 동북아의 군사적 대립은 갈수록 일상화되고 있다.이런 상황에서 일본은 한국에 상호군수지원협정(ACSA) 체결

Fri, 31 Jul 2026 18:49
‘문화의 힘’은 어떻게 만들어지는가?

6월 초, 국제저작권관리단체연합(CISAC) 창립 100주년 총회가 파리에서 열렸다. 111개 회원국 대표들이 한자리에 모인 이번 총회에서 가장 중요한 화두는 단연 ‘창작자의 권리’였다. 글로벌 OTT 플랫폼과 생성형 AI의 급속한 확산 속에서 창작자들의 권리가 위협받는 현실을 진단하고, 창작물의 가치에 걸맞은 공정한 보상을 어떻게 보장할 것인지가 핵심 의제로 논의됐다.한국에서도 음악저작권협회, 드라마작가협회, 영화감독조합 등이 참석하여 세계 각국의 관련 단체들과 함께 닷새간 치열한 논의를 함께 했고, 참석자들은 저작권 신탁관리기구

ue, 30 Jun 2026 18:07
“조선은 생각보다 훨씬 개방적이었다”

『나르왈…』의 저자, 피에르-에마뉘엘 루 인터뷰한불 수교 140주년을 맞아 한국과 프랑스에서는 다양한 기념행사가 열리고 있다. 서울 국립고궁박물관에서는 「선물과 기록: 한불 우정 140년」 전시가 개최되고, 프랑스에서는 한국 문화와 예술을 소개하는 프로그램들이 이어지고 있다. 이러한 행사들은 대체로 1886년 체결된 조불수호통상조약을 양국 관계의 출발점으로 삼는다. 하지만 프랑스 역사학자 피에르-에마뉘엘 루의 연구에 따르면 두 나라 간의 우호적인 관계는 그보다 앞선 만남에서 시작되었을 가능성이 있다.파리 시테대학교에서 16~19세기

ue, 30 Jun 2026 18:07
‘개소리’의 폭력성

제법 똑똑한 ‘개’와 살았던 나로서는 미국 철학자 해리 G. 프랭크퍼트가 쓴 『On Bullshit』이 원래의 의미인 ‘소똥에 대하여’가 아니라 ‘개소리에 대하여’로 국내에 번역, 출간된데 대해 살짝 불편함을 느낀다. 개소리를 한번 들어보라. 도둑을 만났을 때 짓는 우렁찬 소리, 반려인의 품에 안겼을 때의 반가운 숨소리, 이성(異性)의 짝을 만났을 때 내는 사랑스러운 애교소리…. 그토록 존엄한 생명체인 이땅의 수많은 ‘개’를 끌어들여, ‘헛소리’나 ‘정신병자의 말’을 뜻하는 원제의 책에 굳이 ‘개소리’라는 한국어 제목을 붙인 출판사

Mon, 01 Jun 2026 06:22
[강은영의 샹송이야기(13)] 시인이 된 샹송 작가, 피에르-장 드 베랑제

현재 우리는 인터넷, 스마트폰 등 고도로 발달한 정보통신기술과 인공지능 등 지능정보기술을 통해 엄청나게 많은 정보가 실시간으로 교류되는 정보사회에 살고 있다. 개인의 심리까지 주변 네트워크를 통해 영향을 받을 만큼 연결 사회가 심화되는 중이다. 과거에는 어떻게 주로 정보가 소통되었을까? 첨단 기술도 없고 문맹률도 높았는데 사회의 구성원들이 서로를 모르는 채 연결될 방법이 있었을까? 노래가 대표적인 정보 유통의 방법이 아니었을까?라틴어 ‘cantus’에서 유래한 프랑스어 ‘chant’은 사람이나 새의 노래, 악기 소리, 시, 찬가,

ue, 31 Mar 2026 14:41
[4월호 리뷰]격변의 국제질서 속에서 <르몽드 디플로마티크>의 시선

국제 질서의 균형이 빠르게 흔들리고 있다. 전쟁과 제재, 경제 경쟁과 기술 패권이 서로 얽히면서 세계는 다시 거대한 불확실성의 시대로 들어가고 있다. 이러한 상황 속에서 독립 언론이 마주하는 환경 또한 결코 녹록하지 않다.인공지능(AI)을 비롯한 새로운 기술은 정보 생산과 유통 방식을 급격히 바꾸고 있다. 동시에 전쟁과 갈등에 관한 소식이 TV와 소셜미디어를 통해 끊임없이 확산되면서 독자들의 관심은 점점 더 빠르고 자극적인 정보 흐름으로 이동하고 있다. 이 변화는 인쇄 매체 전반에 대한 관심 약화로 이어지고 있으며, 독자 감소와 함

Wed, 25 Mar 2026 19:13
강은영의 샹송이야기(11) 대중적 성공을 열망한 괴짜 천재 — 세르주 갱스부르

“더 이상 2CV(시트로엥의 저가형 국민차)를 타고 다니는 것에 질렸어. 롤스로이스를 타고 싶어.”(1)가요계에서는 독특함을 인정받았지만 앨범 4개가 상업적으로 연달아 실패하자 돈을 벌겠다고 다짐한 아티스트가 있었다. 그는 결심하자마자 작곡가로서 대히트를 쳤음에도 그에 만족하지 않고 도발자로서 자신의 브랜드를 구축했다. 수많은 도발과 스캔들로 세간의 관심과 비판을 한 몸에 받는 동시에 걸작들을 내놓으며 시대의 상징 중 하나가 되었다. 본인의 삶마저 하나의 행위 예술로 연출하며, 대중음악을 활용해 전위적 실험을 시도한 아티스트로도 기

Sat, 31 Jan 2026 17:23
강은영의 샹송이야기(10) ‐ ‘마음의 식당’과 레장푸아

제2차 세계대전 이후 비약적인 성장을 거듭했던 서방 선진국들은 두 번에 걸친 오일 쇼크로 인한 경기 침체와 인플레이션으로 위기의 1980년대를 맞이했다. 프랑스 역시 마찬가지였다. 마이너스 성장과 실업률 증가, 소득 격차 심화 등으로 경제적 어려움과 사회 구성원의 갈등이 증폭되었고, 프랑스 식민지였던 북아프리카 출신 이민자들에 대한 인종 차별 문제도 극심했다. 이런 사회적 배경 속에서 극우 세력이 눈에 띄게 늘어난 한편, 인종 차별에 반대하며 평등을 촉구하는 인권단체들도 속속 결성되었다.샹송계에서도 사회 참여가 늘어났는데, 정치 문

Wed, 31 Dec 2025 16:14
97%를 패자로 만드는 부동산 공화국

162만명. 강남 3구의 인구다. 전체 인구 3%를 제외한 사람들을 루저로 만들어 버리는 사회. 이번 한국 방문을 통해 받은 인상이다. 사람들과의 대화 속에 부동산이란 어휘가 등장할 때 마다, 분노와 열패감, 혹은 안도감(강남 부동산을 하나 이상 소유하고 있는 경우)이 흘러나왔다. 하루 이틀의 얘기가 아니건만, 이번에 유독, 이 문제가 피부에 와 닿은 것은 부동산 문제로 기형화 되어가는 한국사회 계급 모순이 한계에 달했다는 다수의 감각과 정부가 과연 이 문제를 해결할지에 대한 의구심이 불안을 조성했기 때문이다. 몇 년 전, 대학교수

Wed, 31 Dec 2025 16:14
[프랑스축제들]서평- 축제는 일탈이 아니라 꿈의 재연이다

이상빈의 『프랑스 축제들』은 축제를 낭만적 풍경이나 관광 자원으로 소비하는 통념을 단호히 거부한다. 이 책에서 축제는 잠시 일상을 벗어나는 해방의 시간이 아니라, 오히려 공동체가 스스로의 질서와 기억을 반복적으로 확인하는 장치다. 거리 퍼레이드, 종교 의례, 지역 축제, 국가 기념일에 이르기까지, 프랑스 사회의 축제들은 우발적 흥분이 아니라 오랜 시간에 걸쳐 축적된 규칙과 상징의 체계 속에서 작동한다.<르몽드 디플로마티크> 한국어판의 편집위원장을 지낸 저자는 오랜 세월 프랑스 문화 예술 연구에 몰두해 그 결과물을 프랑스 문화 3부작

Wed, 31 Dec 2025 16:14
역사란 무엇인가

동북아역사재단은 일본과 중국의 역사 수정주의에 대응하기 위해 설립된 국가 기관이다. 이 기관의 수장이 어떤 역사 인식을 갖고 있는지는 개인의 학문적 취향을 넘어, 국가가 과거를 어떻게 기억하고 현재의 분쟁을 어떤 언어로 대응하는지를 가늠하는 기준이 된다. 그런 점에서 박지향 동북아역사재단 이사장을 둘러싼 논란은 단순한 인사 문제가 아니다. 그것은 국가가 어떤 사관(史觀)에 침묵하고, 무엇을 기억하는가라는 문제와 직결된다. 박지향 이사장은 스스로 “뉴라이트는 아니다”라고 밝혀 왔다. 그러나 그의 연구와 발언은 일본 식민지 지배를 옹호

Wed, 31 Dec 2025 16:13
[연재] 강은영의 샹송이야기(8) 위대한 시골뜨기의 행복 찾기 - 프랑시스 카브렐

머라머라 캐사도 인자 마 치아뿌라니 주디서 나오는 건 숨 빼고 다 구라 (META X WRECKX, <무까끼하이> 중에서)야 봉숙아 말라고 집에 드갈라고 꿀발라스 났드나나도 함 묵어보자 묵어보자아까는 집에 안 간다고 데낄라 시키돌라 케서시키났드만 집에 간다 말이고 (장미여관, <봉숙이> 중에서) 래퍼 메타와 렉스가 2011년에 발표한 <무까끼하이>는 경상도 사투리로 내뱉는 랩이 사투리 특유의 억양과 어우러져 독특한 말맛을 전해 준다. 같은 해 나온 장미여관의 <봉숙이>도 나른한 라틴 리듬의 곡에 부산 사투리 가사를 얹어 많은 이들의

Fri, 31 Oct 2025 15:57
왜 예술품을 훔치는가

프랑스의 국가적 자산이자, 세계인들의 사랑을 받는 루브르 보물을 훔치는 것은 나쁜 일이다. 하루 빨리 범인을 잡고, 보물을 되찾길 바라면서도 왜 범인들은 시장에 팔기도 힘든 박물관 예술품을 훔칠까 생각해본다. 탐욕의 유혹 - 돈, 그리고 ‘불가능한 거래’대부분의 사람들은 “예술품 절도 = 돈벌이”라고 생각한다. 실제로 시장에는 블랙마켓(비공식 거래망)이 존재한다. 하지만 현실은 훨씬 복잡하다. 예술품은 등록번호, 감정서, 전시 기록이 철저히 관리되어 있어, 훔친 작품을 합법적으로 팔 수 있는 길은 거의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도둑

Wed, 22 Oct 2025 05:22
예예 스타들이 공통적으로 만난 아티스트, 미셸 베르제

1966년 4월, 파리의 마크마옹 스튜디오에 46명의 신세대 예예 스타들이 한 자리에 모였다. 10대들의 잡지 <안녕 친구들>의 창간 4주년 특별호에 실릴 사진을 찍기 위해서였다. 당대의 젊은 스타들이 총출동해 약 50년 후에는 ‘세기의 사진(Photo du siècle)’이라 불린 이 사진 속에, 18세의 미셸 베르제(Michel Berger)도 있었다. 겉으로 드러나는 모습보다 내면의 심오함을 추구하던 소년은 이 사진을 찍으며 아이돌로 대표되는 예예 시대와 자신이 어울리는지 의문을 가졌다. 이후 그는 커리어 내내 가수인 동시에

Wed, 01 Oct 2025 00:12
노트르담 드 파리의 탑, 불길에서 살아남아 9월 19일 대중에게 다시 개방

대성당 내부가 재개방된 지 1년 가까이 지난 지금,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은 9월 19일 금요일, 마지막으로 남은 공간인 탑을 공식적으로 개방했다. 《르몽드》의 로랑 카르팡티에 기자가 현장을 다녀왔다. 불길 속에서 버텨낸 탑노트르담 드 파리의 탑. 그곳은 화마 속에서도 무너지지 않고 버텨낸 상징적 공간이다. 2019년 4월 15일, 불길은 지붕과 첨탑을 집어삼키고 후진부와 신랑을 파괴했을 때, 종을 붙들고 있던 **요크(yoke)**까지 위협했다. 만약 이 거대한 단조 강철 구조물이 무너졌다면—가장 큰 종 ‘에마뉘엘’만 해도

Mon, 22 Sep 2025 16:17
“워크”는 무엇인가…잘못된 담론에 흔들리는 프랑스 대학

프랑스 대학가가 최근 몇 년간 ‘워크(woke)’라는 낙인에 시달리고 있다. 언론과 정치권, 그리고 보수 진영은 대학이 ‘워크주의’와 ‘이슬람 좌파’에 잠식됐다고 비난하며, 보조금 삭감과 여론 몰이를 이어가고 있다. 하지만 실제 연구 결과는 이러한 주장이 허구임을 보여준다. 워크란 무엇인가‘워크(woke)’는 원래 사회적 불평등과 차별에 깨어 있는 상태를 뜻하는 미국 흑인 영어 표현에서 출발했다. 인종차별, 성차별, 소수자 차별 문제에 민감하게 반응하고 이를 개선하려는 태도를 가리킨다. 그러나 최근 몇 년 사이, 보수 진영에서는 이

Wed, 17 Sep 2025 01: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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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전체 기사 #

[비평의 온도] 드라마 '포핸즈' - 복수의 악보에 적힌 것은 균형이었다

하나의 의자에 두 사람이 앉는다. 건반은 88개뿐이다. 포핸즈(Four Hands)는 그 좁은 자리를 나누어 쓰는 연주법이다. 신뢰가 없으면 화음은 곧 소음이 된다. 서로의 숨과 체온, 손끝의 우열까지 곁에서 읽어야 하니, 가장 밀도 높은 협력이자 가장 가까운 경쟁이다. tvN 12부작 〈포핸즈〉는 이 서늘하고 뜨거운 메타포를 제목으로 삼아 17세에서 27세에 이르는 두 음악가, 피아니스트 강비오(송강)와 지휘자 최정요(이준영)의 10년을 따라갔다. 드라마는 수도권 최고 시청률을 경신하며 종영했다. 평단의 호평은 \"클래식이라는 미학

ue, 06 Oct 2026 21:53
은행권 해킹 사건 - 문을 연 것은 AI가 아니다

IT 기업에서 내가 마지막으로 맡은 일은 데이터를 지키는 일이었다. 소프트웨어 사업부로 옮겨 데이터 보안 사업을 총괄했다. 고객은 대기업 집단과 금융기관, 국가 기관과 지자체였다. 정보보호의 규준을 따라야 하는 곳이면 어디든 일터였다. 기관장들은 보안을 비용이라 불렀고, 나는 투자라고 불렀다. 암호화와 접근 제어, 위험 모니터링은 보험이면서 업무의 습관을 바꾸는 힘이어서 끝내 데이터의 효율까지 끌어올린다고 말했다. 설득은 쉽지 않았다. 주요 데이터는 폐쇄망의 메인프레임에 잠겨 있으니 괜찮다는 대답이 돌아왔다. 웹의 표준이 그 장벽을

Mon, 05 Oct 2026 21:57
라이스트뤼고네스, 문명 안의 야만 - 심영섭의 '오디세이' 집중분석(6)

키클롭스 다음에 오디세우스 일행 앞에 나타나는 라이스트뤼고네스. 제게 이들은 오랫동안 잘 풀리지 않는 괴물이었습니다. 크리스토퍼 놀란은 왜 이 식인 거인들을 거대한 은빛 갑옷의 전사들로 바꾸었을까요? 왜 한 명의 괴물과 싸우던 ‘개인전’ 키클롭스에서, 수많은 거인들이 한꺼번에 달려드는 ‘단체전’ 라이스트뤼고네스로 넘어간 것일까요?그 답을 찾기 위해서는 먼저 호메로스의 원전으로 돌아가야 합니다.라이스트뤼고네스. 《오디세이》 10권에 등장하는 이들은 오디세우스 일행이 아이올로스에게서 쫓겨난 뒤 도착한 도시, 텔레퓔로스의 주민들입니다.

Mon, 05 Oct 2026 11:48
스페인 영화평론 산체스가 만난 <참교육>의 홍종찬 감독과 CJ ENM 이유진 마케터

[다비드 산체스(David Sánchez)-인터뷰이] [인터뷰1] 홍종찬 감독, “개인적인 이야기가 오히려 더 글로벌합니다”<소년심판>, , <참교육> 등을 연출한 홍종찬 감독이 스페인 마드리드에서 열린 제6회 이베르시리즈 & 플라티노 인두스트리아(Iberseries & Platino Industria)에 주요 연사로 참석했다. 스페인과 중남미 영상산업 관계자들이 모인 자리에서 그는 K드라마의 국제적 성공과 자신의 연출 방식에 관해 이야기했다. 세계 시청자에게 다가가는 이야기의 힘을 묻자, 그는 자신이 직접 경험하

Mon, 05 Oct 2026 08:40
[나연수의 투자칼럼] 주식과 채권, 어떻게 나눠 투자할까 -국민연금처럼 투자하면 될까?

■ 요약안정이 최우선일 것 같은 국민연금도 지난 15년 동안 위험자산인 주식의 비중을 크게 높여 왔습니다. 2010년 말 국민연금의 채권 비중은 70.7%, 주식 비중은 23.1%였습니다. 2026년 7월 말에는 채권 22.9%, 주식 61.9%로 관계가 뒤집혔습니다. 국민연금의 성적표를 보면 그 배경을 이해할 수 있습니다. 기금 설립 이후 2025년까지 연평균 수익률은 국내주식 11.26%, 해외주식 16.06%, 국내채권 3.54%, 해외채권 5.52%였습니다. 2026년 1~7월에도 국내주식 60.11%, 해외주식 10.72%

Mon, 05 Oct 2026 07:42
[박철웅의 AI디코딩] 호모 엑스 마키나

기계에서 내려온 해답캐릭터가 우연히 문제에 휘말리는 것은 좋다. 하지만 캐릭터가 우연히 문제에서 빠져나오는 것은 사기다.― 에마 코츠, 전 픽사 스토리 아티스트그리스 무대에서 신은 위에서 내려왔다. 극장 한쪽에 목재 기중기가 서 있었다. 밧줄이 당겨지면 신 역의 배우가 허공에 매달려 나타나 얽힌 운명을 한마디로 풀었다. 이 장치를 메카네(mēchanē)라 불렀고, 훗날 라틴어로 데우스 엑스 마키나(Deus ex machina)가 되었다. 기계에서 내려온 신이라는 뜻이다. 관객은 안도했을 것이다. 그러나 이야기는 그 자리에서 멈추었다

Sun, 04 Oct 2026 21:57
인공지능(AI) 침투테스트 도구의 신한은행 공습 스토리

지난 9월 27일부터 10월 1일까지 신한은행을 필두로 한국 금융권의 전산망을 뒤흔든 침해 사고는 그간 우리가 막연히 상상하던 보안 위협의 양상을 완전히 바꿔놓았다. 대중은 인공지능(AI)가 스스로 판단해 은행의 중추 전산망을 파괴하는 거대한 지능형 재앙을 떠올릴지 모른다. 하지만 금융당국과 금융보안원의 면밀한 정밀 조사 결과가 가리키는 실체는 훨씬 더 현실적이고 냉혹했다. 해커가 생성형 AI 기술을 탑재한 자동화 침투 도구를 마치 능숙한 공구처럼 손에 쥐고, 그동안 한국 금융권이 방치해 온 외곽 업무 시스템의 사각지대를 대량으로

Sun, 04 Oct 2026 05:31
[일요잡담] 변두리가 사라진 자리

월간지, 계간지, 단행본을 내는 작지만 유서깊은 출판사에서 미소한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 매달 같은 시각에 같은 표를 연다. 구독자 정보를 엑셀 칸에 채우는 일이다. 한때 CRM을 컨설팅하고 개발해 팔던 사람이 이제는 복사하고 붙여 넣고, 직접 타건을 울려 적는다. 아이러니가 아니다. 선택이다. 엑셀의 격자는 밤이 되면 모눈종이처럼 환하다. 한 칸이 한 사람이다. 하루의 시간표만큼은 칸트의 산책처럼 어긋나지 않게 짠다. 이 바닥에서 업무 도구는 먼 나라의 말이다. 대형 서점과 도매점만 SCM을 돌리고, 작은 출판사는 메일로 발주를

Sat, 03 Oct 2026 22:29
나스닥에 깜짝 진출한 한국계 재난 플랫폼 '로제AI' 화제

조영진(60) 로제AI 대표이사의 ‘RZAI 나스닥 상장\' 뒤 포효\"화재 발생 전 위험을 평가하는 기술로 세계를 제패할 겁니다.\"1911년 3월 25일, 미국 뉴욕 맨해튼의 트라이앵글 셔츠웨이스트 공장에서 발생한 화재는 불과 18분 만에 146명의 노동자 목숨을 앗아갔다. 잠긴 출입문과 비상계단의 부실이 낳은 비극이었지만, 더 본질적인 원인은 산업혁명 이후 수세기에 걸쳐 발전해 온 인류의 재난 대응 체계가 언제나 ‘사후 진화’에 매몰되어 있었다는 점에 있었다. 불이 난 뒤 물을 뿌리고, 건물이 잿더미로 변한 뒤 법을 바꾸는 후행적

Sat, 03 Oct 2026 16:34
[COP31, 튀르키에 안탈리아로 가는 길] COP31 한 달여 앞으로…튀르키예 안탈리아서 ‘약속에서 실행으로’

제31차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31)가 한 달여 앞으로 다가왔다.오는 11월 9일부터 20일까지 튀르키예 남부 지중해 연안도시 안탈리아에서 열리는 COP31은 2015년 파리협정 체결 이후 국제 기후체제가 새로운 단계로 넘어가는 회의가 될 전망이다.회의 장소는 안탈리아 EXPO Center다. COP31뿐 아니라 교토의정서 당사국회의인 CMP21, 파리협정 당사국회의인 CMA8, 과학기술자문부속기구 SBSTA65와 이행부속기구 SBI65가 동시에 열린다. 튀르키예 정부와 UNFCCC 간 개최국 협정도 지난 9월 18일 발

Sat, 03 Oct 2026 14:34
[AI 전쟁과 한반도②] 전쟁에 AI가 들어왔다…국제정치는 어떻게 달라지는가

20세기의 국제정치는 군사력과 경제력의 경쟁이었다.누가 더 많은 전차와 전투기, 항공모함과 핵무기를 보유하고 있는지가 국가의 힘을 가늠하는 중요한 기준이었다. 산업생산력과 에너지, 인구와 영토 역시 강대국의 조건이었다.21세기 들어 이러한 국제정치의 문법에 새로운 변수가 등장했다.인공지능(AI)이다.AI는 단순한 새로운 산업기술이 아니다. 반도체와 데이터센터, 클라우드와 데이터, 알고리즘과 플랫폼을 둘러싼 경쟁이 경제와 산업을 넘어 국가안보와 외교, 군사력, 국제규범으로 빠르게 확산하고 있다.전쟁도 예외가 아니다.AI가 정찰위성과

Sat, 03 Oct 2026 14:29
[AI 전쟁과 한반도①] 북한도 ‘AI 전쟁’을 준비한다…핵·미사일에 AI가 결합할 때

21세기는 AI의 시대다. AI는 20세기말 컴퓨터, 인터넷, 스마트폰이 가져온 혁명적 변화보다 더욱 새로운 변혁을 가져오고 있다.미국과 소련의 체제전쟁이 막을 내린 이후 30여년간 이어져 온 평화의 시대가 러시아ㆍ우크라이나전쟁, 미국ㆍ이란전쟁이 장기화 되면서 AI가 결합된 현대전의 양상 역시 큰 변화를 맞고 있다. 북한과 대치중인 한국은 꾸준한 군사훈련 덕에 방위산업을 성장시키면서 전장의 새로운 변화를 계기로 방산강국으로 변모하고 있다. 그러나 다른 한편으론 이미 핵보유국으로 인정받은 북한과 변화된 AI 안보 환경에서 어떻게 대처

Sat, 03 Oct 2026 11:50
[미국중간선거 여론조사 분석④] 중간선거 한 달 앞으로…전국 하원 여론 민주 앞서고 상원 격전지는 확대

2026년 미국 중간선거가 한 달 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전국 여론조사와 주요 상원 경합주의 정치 지형에 변화가 나타나고 있다.최근 전국 의회투표 의향 조사에서는 민주당 후보를 선택하겠다는 유권자가 공화당 후보보다 높은 비율을 기록하고 있다. 동시에 상원에서는 노스캐롤라이나·텍사스·오하이오뿐 아니라 알래스카·아이오와·캔자스 등 여러 주가 경쟁적인 양상을 보이면서 양당의 선거자금 배분까지 달라지고 있다.그러나 전국 의회투표 의향은 435개 하원 지역구의 의석 결과를 직접 예측하는 지표가 아니며, 상원 역시 주별 후보와 투표율에 따라 결

Sat, 03 Oct 2026 11:42
[세대유감] 말하지 않는 지갑

가장 많고, 가장 벌고, 가장 말이 없다‘구매력은 결국 쪽수에서 나온다.’ 세대론의 소음이 걷히면 남는 문장은 이 한 줄이다. 시장은 숫자 앞에서 감상을 버린다. 그런데 가장 큰 숫자를 지닌 세대가 가장 작은 목소리로 시장의 가장자리에 서 있다.X세대(Generation X). 1960년대 중반에서 1970년대 후반(혹은 1980년대 초)에 태어난 이들이다. 한때는 기존 질서에 저항하는 정체 불명의 신인류로 불렸다. 서구에서는 서브컬처와 대중문화의 폭발을 이끈 청년이었고, 한국에서는 신세대라는 이름으로 불려 나와 개인주의와 소비를

Fri, 02 Oct 2026 22:03
[뜻밖의 금요일] 화면 밖의 물살, 월 1만 원의 부력

9월 23일, 도코나메의 경기장에서 오상욱은 선천펑을 15-13으로 꺾었다. 막판에 뒤집은 승부였다. 사흘 뒤 단체전 결승에서는 41-44로 몰린 끝에 일본을 45-44로 따돌렸다. 발목 부상을 안고 치른 대회였다. 검 끝에서 터져 나오는 짧은 비명. 펜싱 선수 오상욱의 런지(lunge)는 번개처럼 짧다. 그 짧음 속에 십수 년이 접혀 있다.27일 나고야에는 비가 내렸다. 높이뛰기 선수 우상혁은 젖은 트랙에서 2m22를 넘어 동메달을 땄다. 2018년 자카르타·팔렘방과 2022년 항저우의 은메달에 이은 세 번째 시상대였다. 5월에

hu, 01 Oct 2026 21:52
[격변하는 세계 질서와 전장의 부활. 신(新) 방산 패권전쟁⑤] 사용할 수 없는 무기’의 귀환…신(新) 핵경쟁과 전술핵의 유혹

냉전이 끝난 뒤 세계 핵질서를 지탱했던 가장 중요한 전제 가운데 하나는 역설적이었다. 핵무기는 너무 강력하기 때문에 사용할 수 없다는 것이었다.미국과 소련은 상대방의 핵 공격을 받더라도 살아남은 핵전력으로 상대를 파괴할 수 있는 ‘2차 보복능력’을 구축했다. 어느 한쪽이 먼저 핵무기를 사용하더라도 자신 역시 파멸을 피할 수 없는 상호확증파괴(MAD·Mutual Assured Destruction)의 균형이었다. 핵무기의 가치는 실제 사용하는 데 있는 것이 아니라 상대방이 사용하지 못하게 만드는 데 있었다.그러나 우크라이나 전쟁을 거

hu, 01 Oct 2026 09:22
[격변하는 세계 질서와 전장의 부활. 신(新) 방산 패권전쟁④]완제품 수출을 넘어 현지화로…K-방산, JV·MRO 거점 전쟁

한국 방위산업이 전차와 자주포, 다연장로켓, 경공격기를 한국 공장에서 생산해 해외로 수출하던 시대에서 한 단계 더 나아가고 있다. 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폭발한 무기 수요를 빠른 납기와 가격 경쟁력으로 선점한 것이 K-방산의 ‘1단계 도약’이었다면, 이제부터 시작되는 2단계 경쟁의 핵심은 “어느 나라에서 생산하고, 누가 정비하며, 수십 년간 발생하는 후속 시장을 누가 장악하느냐”다.특히 유럽 시장의 변화가 결정적이다. 유럽연합(EU)은 단순히 국방비를 늘리는 데서 그치지 않고 늘어난 국방비가 가능한 한 유럽 방산업체와 유럽 공급망으로

hu, 01 Oct 2026 09:18
누가 ‘왜’라는 질문을 두려워하는가 - 영화 <암살자(들)>

<암살자(들)>을 둘러싼 논란이 거세다. 보수신문과 종편, 국민의힘, 진중권 같은 유명 미디어 지식인들의 비난이 이어졌고, 상영 중단 요구까지 나왔다. 나 역시 과거의 비극을 상업적 소재로 삼아 고인의 명예를 훼손하고, 음모론으로 눈길을 끌려는 그저 그런 영화로 치부해 지나칠 뻔했다. 하지만 무엇이 문제인지 직접 확인하고 싶어 용산역 CGV를 찾았다.마침 관람료를 할인해주는 수요일이었다. 저녁 9시. 객석에는 군데군데 빈자리가 눈에 띄었다. 비난의 영향인지는 알 수 없으나, 극장 밖의 뜨거운 논란에 비하면 안의 풍경은 차분하고 조용

hu, 01 Oct 2026 06:34
제도적 덫에 갇힌 '노무현 국책프로젝트 로봇랜드' 잔혹사

노무현 정부 시절인 2007년, 한국 경제의 정책 입안자들은 ‘미래 먹거리’라는 수식어에 매료됐다. 제조업의 성장이 한계에 부딪히고 중국의 거센 추격이 가시화되던 무렵, 산업통상자원부의 전신인 산업자원부는 대한민국을 세계 3대 로봇 강국으로 도약시키겠다는 야심 찬 청사진을 내놓았다. 연구개발 시설과 최첨단 제조 생태계, 그리고 대중을 끌어모을 로봇 테마파크를 결합한 초대형 국책 프로젝트가 바로 로봇랜드였다. 2007년 11월 전국 지자체의 치열한 로비와 각축전 끝에 수도권 관문인 인천광역시 청라와 남해안 공업도시의 배후인 경상남도

hu, 01 Oct 2026 03:38
넝마주이 목사에서 뉴라이트의 아버지로

2001년 10월, 당시 〈경향신문〉은 창간 55주년을 맞아 “우리나라를 빛내고 21세기 한국의 미래를 이끌어갈 인물” 55명을 선정했다. 개신교에서는 金鎭洪 목사가 뽑혔다. 신학대학생들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에서도 김진홍 목사는 ‘가장 존경하는 목사’, ‘가장 영향력 있는 목사’ 부문에서 늘 상위권에 올랐다. 신학생들이 훗날 한국 개신교를 이끄는 세대로 성장하면서 그의 영향력은 더욱 커졌다. 김진홍 목사가 이후 극우적 노선을 택하고 뉴라이트 운동을 주도하는 과정에서도 그의 뜻을 따르는 이들이 적지 않을 만큼, 교계에서 그의 위상은

hu, 01 Oct 2026 03:27
“나는 누구였나”, 기록을 되찾는 해외입양인들

2026년 2월 26일, 덴마크 한국인 진상규명 그룹(Danish Korean Rights Group·DKRG)과 입양인 지원단체 뿌리의집(KoRoot)은 새롭게 출범한 진실·화해를위한과거사정리위원회(진실화해위원회) 3기에 4만5천여 장의 서류를 제출했다. 이 서류들은 해외입양인 311명의 진실규명 신청서다. 자신의 뿌리와 정체성에 얽힌 진실을 찾으려는 수많은 해외입양인의 염원이 담겼다.진실화해위원회는 일제강점기와 권위주의 통치 시기에 국가기관 등이 저지른 인권침해 사건을 조사하기 위해 2005년 처음 설립된 독립 조사기구다. 20

hu, 01 Oct 2026 03:27
인간에서 비-인간(나무들)으로의 전회

<콘크리트 녹색섬>(2026,8.17 개봉)은 개발의 편의성과 자본주의적인 효용성을 위해 당연한 듯 공간을 점유하고, 때로는 말끔히 소거해 다시 창조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인간 본위의 태도에 대해 의문을 제기하는 영화이다. 이성민 감독은 어린 시절에 살았던 개포주공아파트 1단지가 재건축으로 사라진다는 것을 알게 되고 ‘개포동 그곳’이라는 프로젝트를 통해 이를 사진으로 기록하고 소식을 전달한 바 있다. 이 7년의 과정을 다큐로 완성한 감독의 장편 데뷔작이다. 영화는 감독의 나레이션으로 시작한다. “스쳐지나가는 사람들은 우릴 기억하지

hu, 01 Oct 2026 03:27
‘열린 연극, 열린 사회’ - 불완전함을 용인하는 예술

극장의 문이 닫히고 객석이 어두워진다. 조명이 무대를 비추는 순간부터, 배우의 움직임과 침묵, 객석의 숨소리까지 모든 것이 의미를 갖기 시작한다. 이 의미는 과연 누구의 것일까? 작가와 연출가가 미리 정해놓은 뜻으로 제한되는가, 아니면 매 순간 관객의 해석 속에서 새롭게 열리는가. 독일의 문예학자 폴커 클로츠(Volker Klotz)는 1960년 저작 『드라마의 닫힌 형식과 열린 형식 Geschlossene und offene Form im Drama』에서 이 질문에 이론적 접근 가능성을 제시했다. 그는 미술사가 하인리히 뵐플린이

hu, 01 Oct 2026 03:27
책방보다 카페? 책이 버림받는 사회를 생각한다

대통령 기자회견이 열리면 수많은 기자가 손을 든다. 대통령의 말 한마디가 속보가 되고, 정치권의 논평이 뒤따른다. 권력과 정쟁, 부동산과 경제, 산업정책에 관한 질문이 대부분이다. 물론 중요하다. 그러나 문화, 특히 책과 독서의 위기를 묻는 기자는 좀처럼 없다. 대통령의 관심사가 아니어서만은 아닐 것이다. 기자들의 관심에서도 멀어졌기 때문이다.정치권력의 변화나 집값은 당장 뉴스가 되지만, 사람들이 서서히 책을 읽지 않게 되는 현상은 속보가 되지 않는다. 그러나 나는 이것이 우리 사회의 미래를 훨씬 오래 바꿔놓을 문제라고 생각한다.

hu, 01 Oct 2026 03:26
『르몽드 디플로마티크』 2026년 10월호 목차

■ 이달의 칼럼세르주 알리미 | 트럼프, 왜 공산주의 사냥에 나서나성일권 | 책방보다 카페? 책이 버림받는 사회를 생각한다■ 포커스지아드 마제드 | 중동의 중대한 전략적 재편은 왜?뤼시 세네샬-페루오 | 우주 정복에 나선 중국의 기술수준은?■ 지구촌토마 쥐스키암 | “상상력마저 군사화하라”브렌던 노벨 | 소말릴란드, 이스라엘 도움으로 미국의 지지 끌어낼까?주디트 로베르 | ‘초국경적 탄압’ 국가들의 인터폴 악용■ 도시에 | 전쟁준비를 마친 독일?피에르 랭베르 | ‘군사강국’, 억압된 것의 귀환페터르 메르턴스 | 군국주의의 비참함조슈

hu, 01 Oct 2026 00:44
종로3가와 네옴시티 - 버려진 자들의 도시, 버려진 도시

9월 중순, 두 개의 뉴스가 한 주 안에 도착했다. 하나는 서울 종로3가가 『타임아웃』(Time Out)이 뽑은 세계에서 가장 멋진 동네 1위에 올랐다는 소식이었다. 다른 하나는 사우디아라비아의 네옴시티가 몸집을 줄이고 있다는 보도였다. 앞의 것은 낭보로, 뒤의 것은 흉보로 들렸다. 국내 언론은 앞다투어 세계 1위를 전했고, 축하의 말이 뒤따랐다. 그러나 두 소식을 나란히 놓고 오래 들으면 다른 소리가 난다. 하나는 사람이 살던 곳이 상을 받는 이야기이고, 다른 하나는 사람이 살기도 전에 접히는 도시의 이야기이다. 한쪽에는 트로피가

Wed, 30 Sep 2026 22:22
책의 목록이 계약이 되기 전에 - 대한출판문화협회 AI 학습데이터 MOU, 서명 앞의 여섯 가지 질문

최근 메일 한 통을 받았다. 대한출판문화협회가 보낸 \'AI 학습용 데이터 제공 사업 양해각서(MOU) 신청 안내\'였다. 사업소개서를 곰곰이 살펴보니 기대보다 우려가 앞섰다.협회는 ‘AI 출판데이터센터’를 세우고 출판사들에 참여를 청하고 있다. 명분은 그럴듯하다. AI 기업의 데이터 수요가 치솟는 때에 출판사가 하나씩 협상 테이블에 앉기는 버겁다. 그러니 출판계를 대표하는 단일 창구가 공동으로 협상하고 권리를 관리하자는 것이다. 사업소개서는 이를 “권리 보호·공동 협상·통제형 공급·수익 분배”라는 네 개의 말로 요약한다.같은 무렵 출

Wed, 30 Sep 2026 16:16
산속 나무 중간에 과일나무 심는 임간재배 전면 허용

대한민국 국토 면적 1004만 헥타르 가운데 63%에 달하는 629만 헥타르는 산림이다. 그러나 이 거대한 영토는 수십 년 동안 환경 보전과 개발 억제라는 단 하나의 렌즈를 통해서만 관리됐다. 산림녹화의 기적으로 불리는 1970년대 치산녹화 사업 이후 50여 년이 흐른 오늘날, 나무는 울창해졌지만 산을 터전 삼아 살아가는 산촌 주민과 임업인의 지갑은 얇아졌다. 농업인이 밭을 갈고 씨를 뿌릴 때 국가의 간섭을 받지 않는 것과 달리, 임업인은 산에서 마를 한 뿌리 캐내거나 조경수를 옮겨 심을 때조차 관청의 문턱을 넘어야 했다. 이 기형

Wed, 30 Sep 2026 06:29
글로벌 디젤 대란?⋯원유는 넘쳐 나는데, 왜?

뉴욕상업거래소(NYMEX) 초저황 디젤(ULSD) 선물은 9월 중 장중 5.30달러(약7200원)/갤런을 돌파했고, 유럽 가스오일 선물도 톤당 약 1,575달러(약 214만원)까지 치솟았다.이에 앞서 트럼프 대통령은 최근 유엔총회가 열린 뉴욕에서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과 회담하기 전, 국내 연료 가격 안정을 위해 디젤 수출 제한을 지지한다고 밝혔다. 미 행정부는 전면 또는 부분적 제한의 실효성과 정유업계 영향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는 최근 글로벌 디젤 대란을 보여주는 한 단면이기도 하다.세계 경제의 실핏줄은 호화로운 금융

Wed, 30 Sep 2026 06:12
[비평의 온도] 넷플릭스 '유나바머: 비밀 실험', 답안지를 쥔 관찰자들

오두막에 무게를 싣지 않는 영화가 있다. 넷플릭스 〈유나바머: 비밀실험〉(Unabomber, 2026)의 하중은 하버드의 어두운 방에 실린다. 야누스 메츠 감독이 붙든 것은 폭탄이 아니라 폭탄 이전의 시간이다. 16세에 입학한 수학 신동과 그를 들여다보는 교수의 시간이다. 테드 카진스키는 1978년부터 1995년까지 17년 동안 우편물 폭탄으로 3명을 죽이고 23명을 다치게 했다. 이 숫자를 먼저 적는다. 이해하려는 일이 용서하려는 일로 미끄러져서는 안 되기 때문이다.제이콥 트렘블레이가 소년 카진스키를, 러셀 크로우가 헨리 머레이

ue, 29 Sep 2026 21:58
외눈박이 괴물 폴리페모스와의 조우- 심영섭의 '오디세이' 집중분석 (5)

어찌 보면 오디세우스가 만나는 괴물들은 붕괴한 세계의 사회적 공포이며, 인간 본성의 어두운 얼굴이며, 동시에 오디세우스 자신의 내면을 비추는 지도처럼 읽힙니다. 이제부터 오디세우스와 괴물들의 만남을 하나하나 따라가 보려 합니다. 그 첫 번째는 외눈박이 괴물, 키클롭스 폴리페모스입니다.폴리페모스. 이것이 그의 이름입니다. 그리스어로는 ‘널리 알려진 자’라는 뜻이 있습니다. 키클롭스는 외눈박이 거인족을 가리키는 말입니다. 아주 거칠게 비유하면 종족명을 성과 비슷한 것이라고 생각해도 좋겠습니다. 폴리페모스는 바다의 신 포세이돈과 바다의

ue, 29 Sep 2026 07:47
블라디미르라는 이름의 오욕

뉴욕, UN 총회장의 단상. 볼로디미르 젤렌스키가 마이크 앞에 선다. 그의 입에서 나온 문장 하나가 세계를 흔든다. 러시아 쿠르스크에서 생포한 북한군 포로 2명을 대한민국으로 보냈다는 말. 생포로부터 1년 8개월, 입국한 지는 겨우 3~4일. 청와대는 부인하지 않았다. 침묵은 종종 가장 정직한 시인이다.이름 하나가 세 갈래로 갈라져 있다. 블라디미르 푸틴,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그리고 천 년 전 키예프의 대공 블라디미르. 슬라브어로 \"세상을 다스리라\"는 뜻이다. 통치하라는 이름을 받은 자들이 지금 세계의 절반을 전쟁과 도발의 언어로

Mon, 28 Sep 2026 22:01
[수소경제] 수소차는 끝났다?…수송용 수소 소비 47% 급증, ‘수요가 없다’는 논쟁 다시 봐야

한동안 한국 수소경제를 둘러싼 가장 강한 비판 가운데 하나는 “정작 수소를 쓸 곳이 없다”는 것이었다.수소승용차 판매가 기대만큼 빠르게 늘지 않았고 충전소 사업자는 낮은 가동률에 어려움을 겪었다. 그린수소 생산비는 여전히 높고, 생산시설을 건설해도 안정적인 수요처를 확보하기 어렵다는 지적이 반복됐다.그런데 최근 공개된 숫자는 적어도 수송용 수소시장에서는 조금 다른 흐름을 보여준다.올해 1월부터 8월까지 국내에서 소비된 수송용 수소는 1만3711톤이다.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무려 47% 증가했다. 8월까지 누적 수소차 보급대수도 4만

Mon, 28 Sep 2026 16:51
지주회사 SK(주) '5중 쪼개기 상장' 비난⋯ 솔리다임은 왜 뉴욕으로 갈까?

\'조 단위 적자\'에 시달리며 그룹의 재무적 부담으로 전락했던 솔리다임이 인공지능(AI) 인프라 열풍 속에서 최대 1500억 달러(약 204조 원) 몸값의 괴물 기업으로 변모했다. SK하이닉스가 \'쪼개기 상장\' \'주주가치 희석\'이라는 거센 비난 속에서도 솔리다임의 미국 증시 상장을 밀어붙이는 이유는 천문학적인 차세대 설비투자 재원 마련과 실리콘밸리 중심의 인재 확보가 결부된 냉혹한 생존 전략 때문인 것으로 해석된다.과거를 돌이켜보면 2020년 10월, 최태원(66) SK그룹 회장과 당시 이석희(61) SK하이닉스 최고경영자가 인텔의

Mon, 28 Sep 2026 16:23
[드론전 위클리(Drone war weekly)] 1,000대가 러시아로 날아갔다…드론전, ‘대량·고속·AI 군집’ 시대로

우크라이나 전쟁이 장기화하면서 드론전의 변화 속도가 더욱 빨라지고 있다. 초기에는 상용 쿼드콥터와 FPV 드론이 전차와 병사를 공격하면서 전장의 모습을 바꿨다면 이제는 수백~수천 대의 장거리 드론이 상대국의 수도와 정유시설을 공격하고 있다. 프로펠러형 Shahed를 요격드론으로 잡기 시작하자 러시아는 더 빠른 제트형을 투입하고, 우크라이나는 다시 제트형을 잡기 위한 고속 요격드론을 개발하고 있다.이스라엘과 미국에서는 또 다른 변화가 시작됐다. 사람이 드론 한 대를 조종하는 방식에서 벗어나 AI가 여러 무인체계를 동시에 통제하는 자율

Mon, 28 Sep 2026 16:20
[나연수의 투자칼럼] 주가는 이익과 할인율로 매겨집니다 — 집보다 쉽게 사지만, 집보다 가늠하기 어려운 주식의 가격

■ 요약집을 살 때는 주변의 비슷한 집이 얼마에 거래됐는지부터 확인합니다. 교통은 어떤지, 오래 살 만한지, 내가 감당할 수 있는 가격인지도 따져봅니다. 큰돈이 들어가기 때문에 쉽게 결정하지 않습니다. 주식은 반대입니다. 한 주가 5만원인지 20만원인지만 보고는 싼지 비싼지 알기 어렵습니다. 그런데도 적은 돈으로 살 수 있다는 이유로 쉽게 결정합니다.주식은 기업의 일부를 소유하는 지분입니다. 주식을 산다는 것은 그 기업이 앞으로 만들어낼 이익과 가치에 자신의 몫을 갖는 일입니다. 그래서 주가는 두 가지로 매겨집니다. 기업이 앞으로

Mon, 28 Sep 2026 08:43
'칠하고 갈아낸 시간, 베트남의 오늘을 비추다'-갤러리 산수, 10월5~11일

옻칠 그림은 마지막 붓질로 완성되지 않는다. 칠을 바르고 말린 뒤 다시 갈아내야 비로소 아래에 묻혀 있던 색과 빛이 나타난다. 화면에 보이는 것은 한순간의 인상인 동시에, 그 인상에 이르기까지 쌓이고 깎인 시간이다.경기도 고양의 갤러리 산수가 10월 5일부터 11일까지 여는 《국경을 초월한 예술 2_베트남: 융합》은 이 오래된 재료가 오늘의 회화에서 어떻게 살아 움직이는지 살펴보는 전시다. 하노이를 기반으로 활동하는 찐 뚜안(Trinh Tuan), 콩 킴 호아(Cong Kim Hoa), 응우옌 린(Nguyen Linh), 쩐 만 린

Sun, 27 Sep 2026 23:17
[박철웅의 AI디코딩] 고양이는 모른다

분실된 인덱스도서관은 더 이상 책을 품지 않는다. 종이 냄새도, 손끝의 감촉도 없다. 김초엽의 「관내분실」에서 도서관은 마인드 업로드라는 장치로 바뀐다. 층층이 쌓인 마인드 접속기가 구식 서가처럼 늘어서 있을 뿐, 그 안에 책은 없다. 죽은 자의 기억과 감정을 데이터로 옮긴 인덱스의 층. 사람들은 그 층에 접속해 망자의 흔적을 만난다. 헌화 대신 데이터를 산다. 고인이 좋아했던 꽃과 음식과 물건을 모방한 조각들이다. 추모의 자리는 이렇게 죽음으로부터 점점 멀어진다.배경은 정갈하고 무미한 미래 도시다. 책이 쓸모를 잃은 사회에서 도서

Sun, 27 Sep 2026 21:59
여전히 보이지 않는 권력 기구(?): 태광그룹 거버넌스 잔혹극

자본주의의 법정에서 기업의 최고 의사결정 기구는 법률에 따라 등기된 이사회다. 그곳에서 회사의 미래가 결정되고, 책임의 주체가 호명되며, 주주의 권리가 보호받는다. 그러나 한국 재벌의 오랜 장막 뒤편에는 법률상 정관 어디에도 명시되지 않은 그림자 기구들이 늘 실질적인 권력을 휘둘러왔다. 과거 삼성그룹의 미래전략실이 그랬고, 수많은 대기업의 비서실이나 기획조정실이 법적 책임의 테두리 밖에서 그룹 전체를 통제했다. 이 모순된 유령의 정치는 늘 총수의 뜻을 받드는 전능한 손으로 군림하다가도, 사법적 칼날이 다가오면 법적 실체가 없는 단순

Sun, 27 Sep 2026 13:07
[구체성의 변증법] 한동훈의원의 막말정치, 트럼프는 성공했고 매카시는 몰락했다. 적을 만드는 정치’의 유혹과 종말

한동훈 의원은 참 나쁜 정치인이다.그는 보수진영에서 가장 촉망받는 대권후보다. 보수매체는 앞을 다투며 그를 뛰어주기에 열을 올린다. 한동훈의 부상과 이목 집중은 한국 정치의 서글픈 현실이 집대성된 결과다. 권력투쟁,여론,언론,유권자 등 한국 정치의 주요 요소가 엮어낸 극단적으로 왜곡된 현실을 반영한다. 그는 금수저다. 굳이 돈에 엮일 일은 없었던 것 같다. 나름 정치적 자산이다. 그는 통상적인 예의가 없다. 이것도 사람들에겐 신선함으로 비치는 것 같다. 논쟁을 즐긴다. 그러나 논리 다툼이라기 보다는 말싸움 같다. 조롱과 막말이 혼용

Sat, 26 Sep 2026 15:46
[미국중간선거여론조사 분석③] 경제만으로 설명되지 않는다…미국 중간선거를 움직이는 ‘이슈 연합’

미국 중간선거가 11월 3일을 향해 막바지로 접어들면서 선거를 설명하는 두 개의 상반된 흐름이 나타나고 있다.첫째는 경제다. 앞서 살펴봤듯 생활비와 인플레이션은 현재 미국 유권자들이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문제다. 9월 《Marquette Law School 》조사에서 ‘가장 중요한 문제’를 묻자 37%가 인플레이션과 생활비를 선택했고, 일반적인 경제 문제가 16%로 뒤를 이었다. 둘을 합치면 절반을 넘는다. 둘째는 경제만으로는 미국 유권자의 선택을 설명할 수 없다는 사실이다.유권자들은 경제정책에 대해서는 민주당과 공화당에 거의 비

Sat, 26 Sep 2026 12:18
[21세기 국제정치학의 대전환 ②] 세계화는 끝났는가…‘상호의존의 평화’에서 ‘경제안보의 전쟁’으로

냉전이 끝난 뒤 세계는 하나의 거대한 시장을 만들었다. 미국 기업은 중국에서 제품을 생산했고 중국은 미국에 상품을 수출했다. 러시아는 유럽에 천연가스를 공급했고 독일은 러시아산 값싼 에너지를 이용해 자동차와 화학제품을 만들었다. 한국과 일본, 대만은 세계 반도체 공급망의 핵심이 됐고 세계의 금융거래는 달러와 미국 금융시장을 중심으로 연결됐다.이 시스템을 움직인 가장 중요한 원리는 ‘효율성’이었다. 가장 싸게 생산할 수 있는 곳에서 만들고, 가장 효율적인 공급망을 구축하고, 국가 간 무역과 투자를 확대하면 모두가 이익을 얻는다는 것이

Sat, 26 Sep 2026 11:21
[21세기 국제정치학의 대전환 ①] 전쟁이 돌아왔다…우크라이나가 깨뜨린 ‘평화의 30년’

1991년 12월 소련이 해체됐을 때 국제정치학계에는 거대한 낙관론이 퍼졌다. 미국과 소련이 핵무기를 앞세워 대치하던 냉전이 끝났고 세계경제는 빠르게 하나로 통합되기 시작했다. 유럽연합(EU)은 확대됐고 세계무역기구(WTO)가 출범했으며 중국도 세계시장으로 들어왔다. 경제적 상호의존과 국제제도가 국가 간 갈등을 관리하고, 자유무역과 세계화가 전쟁의 비용을 높여 강대국 간 전쟁을 점차 과거의 유물로 만들 것이라는 기대가 힘을 얻었다.그러나 2022년 2월 24일 러시아군이 우크라이나 국경을 넘으면서 이 믿음은 결정적인 시험대에 올랐다

Sat, 26 Sep 2026 10:56
논란 많던 정부 출연 연구기관 연구원 창업,지분 취득 등 허용

정부 연구개발 예산은 2026년 기준 연간 30조 원(약 225억 달러) 안팎에 육박하고 공공 연구기관이 보유한 유효 특허만 수만 건을 헤아린다. 그러나 연구실 바깥의 성적표는 초라했다. 막대한 국민 세금을 투입해 확보한 기술의 대부분은 특허청 등록원부와 연구보고서 서랍 속에 갇혀 먼지를 뒤집어썼다. 국내 공공연구기관의 기술이전율은 30% 중반 언저리를 맴돌았고, 이전된 기술이 실제 상용화로 이어져 시장에서 매출을 일으키는 비율은 10%에도 미치지 못했다. 학계와 산업계에서는 이를 연구개발 결과물이 시장의 수요를 만나지 못하고 증발

Sat, 26 Sep 2026 04:32
[세대유감] 테이블을 짓는 사람들 ― 비정치라는 낙인, 그 억울함에 대하여

무시라는 이름의 침묵억울함에는 두 종류가 있다. 하지 않은 일로 비난받는 억울함과, 한 일을 인정받지 못하는 억울함. X세대가 오래 품어온 것은 후자다. 이들은 아무것도 하지 않은 세대로 그려져 왔다. 그러나 그 그림은 틀렸다. 무엇을 하지 않았는지가 아니라, 무엇을 해왔는지부터 다시 물어야 한다.역사학자 얀 아스만이 제시한 \'문화적 기억(cultural memory)\'은 과거의 사실을 복원하는 행위가 아니다. 현재의 공동체가 정체성을 확인하고 재구성하기 위해 과거를 끊임없이 다시 불러내고 편집하는 상징적 투쟁의 장이다. 한국 사회

Fri, 25 Sep 2026 21:54
트럼프는 중국 봉쇄를 포기했나…시진핑과의 회담 뒤에 숨은 ‘새로운 포위전략’

미국과 중국이 다시 마주 앉았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24일 워싱턴 정상회담은 표면적으로 미·중 관계가 긴장 완화 국면으로 들어가는 것처럼 보인다. 두 정상은 무역전쟁을 관리하고 경제협력의 공간을 남겨두면서 군사적 충돌을 피해야 한다는 데 이해관계를 공유했다.그러나 이번 회담을 미국 대중국 봉쇄 전략의 후퇴로 해석하기는 어렵다. 오히려 지난 10여 년 동안 구축된 미국의 대중국 전략이 새로운 단계로 진입하고 있다고 보는 편이 맞다. 미국은 중국을 전략적 경쟁자로 규정하는 정책을 철회하지 않았다. 반도

Fri, 25 Sep 2026 10:50
중동 석유 부국들이 설계하는 '고기 없는 축산' 제국

뜨거운 열기가 지표면을 아지랑이로 뒤덮는 아라비아반도의 사막 지대에서는 지금 인류 역사상 유례없는 거대한 실험이 조용히, 그러나 매우 급진적으로 진행되고 있다. 수십 년간 지하 깊은 곳에서 검은 황금인 원유를 뽑아 올려 천문학적인 부를 축적했던 걸프 지역 군주국들이 이제는 스테인리스스틸로 번쩍이는 초대형 세포 배양 장치인 바이오리액터(생물반응기)를 사막 한가운데 심고 있다. 과거 풀 한 포기 자라지 않는 황무지에서 기름을 퍼올려 세계 경제를 쥐락펴락했던 산유국들이, 이번에는 가축 한 마리 기르지 않고 세포를 증식시켜 전 세계인의 식

Fri, 25 Sep 2026 05:57
[뜻밖의 금요일] 추석, 가장 알맞은 저녁

추석이 오면 사람들은 같은 말을 되뇐다. 더도 말고 덜도 말고 한가위만 같아라. 절제를 노래하는 말처럼 들린다. 그러나 뿌리를 캐어보면 사정이 다르다. 한가위는 신라 유리왕 때의 길쌈 놀이인 가배(嘉俳)에서 왔고, 가위는 가운데를 뜻한다. 크다는 뜻의 \'한\'이 앞에 붙어 한가위가 되었다. 그러니까 이 속담은 적당함을 구하는 말이 아니었다. 결핍 없는 충만을 구하는 말이었다. 더도 덜도 없기를 바란 것이 아니라, 한가위처럼 풍성하기를 바란 것이다.우리는 지금도 최적화 속에 산다. 다만 이름이 달라졌을 뿐이다. 기상 시간과 수면 시간을

hu, 24 Sep 2026 22:01
[K 방산 외교 ①] K-방산의 또 다른 사령부, 외교부와 재외공관. 그 현주소

시리즈를 시작하며20세기 말 국제정치학의 관심은 전통적인 국제정치(International Politics)에서 국제관계(International Relations), 세계정치(World Politics), 글로벌 정치(Global Politics)로 빠르게 확장됐다. 산업혁명 이후 근대국가 체제가 확립되면서 국제정치가 오랫동안 ‘국가 간의 정치(Politics among Nations)’를 의미했다면, 자본주의의 발전과 세계화는 기업과 국제기구, 비정부기구 등 국가만으로 설명하기 어려운 다양한 행위자들을 국제정치의 전면으로 끌어냈

hu, 24 Sep 2026 21:26
공항까지 나온 트럼프, 시진핑과 무엇을 바꿀 수 있나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23일(현지시간) 워싱턴 D.C. 인근 앤드루스 합동기지에 도착했다. 11년 만의 미국 국빈 방문이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 멜라니아 여사는 공항에 나가 시 주석과 부인 펑리위안 여사를 맞았다. 미국 대통령이 외국 정상을 공항에서 직접 영접하는 것은 이례적이다. 본격적인 일정은 24일 백악관 환영식과 정상회담으로 이어진다.의전은 화려하지만 협상은 쉽지 않다. 두 정상 앞에는 관세와 희토류, 대만, 이란과 우크라이나 전쟁, 인공지능(AI)까지 놓여 있다. <파이낸셜타임스> 칼럼니스트 기디언 래크먼(Gideon

hu, 24 Sep 2026 07: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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