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ens/블로그



1. Doing Philosophy (철학) #

남을 돕는 것은 나 자신을 돕는 것이기도 하다-세계시민으로 산다는 것 – Massimo Pigliucc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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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ed, 05 Aug 2026 05:10
철학은 어깨를 으쓱했다: 아인 랜드를 외면한다고 그녀가 사라지지는 않는다 – Skye C Clear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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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un, 28 Jun 2026 10:02
윤리적 이기주의: 이기심의 도덕 – Nathan Nobi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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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at, 13 Jun 2026 05:18
왜 도덕적이어야 하는가? 플라톤의 ‘기게스의 반지’ 사고실험 – Spencer Cas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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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ed, 06 May 2026 04:31
정당한 전쟁론 – Ryan Jenkin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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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u, 16 Apr 2026 07:57
철학적 관점에서 본 믿음의 본성: 심리학과 인지과학에 대한 이론적·방법론적 함의 – Eric Schwitzgebe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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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ed, 25 Mar 2026 07:46
윤리적 실재론, 또는 도덕 실재론 – Thomas Metcalf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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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ri, 13 Mar 2026 04:00
G. E. 무어의 외부 세계 증명: 외부 세계 회의주의에 대한 대응 – Chris Ranall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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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on, 09 Feb 2026 01:27
외부 세계 회의주의 – Andrew Chapma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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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un, 25 Jan 2026 08:16
피론학파의 회의주의: 판단을 유보하기 – Lewis Ros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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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on, 29 Dec 2025 08:22


2. 엉드루 (투자) #

재무분석하기 귀찮으면 이거라도 봐라 ROE

단순히 이익을 많이 냈다고 좋은 회사일까요? 그 이익을 만들려고 돈을 얼마나 넣었는지 봐야겠죠? 그때 쓰는 지표가 ROE입니다. 순이익을 자기자본으로 나눈 값입니다. 자기자본은 자산에서 부채를 뺀 주주의 몫입니다. 자본 500억원으로 100억원을 벌면 ROE는 20%입니다. 2,000억원으로 200억원을 벌면 10%죠. 이익 금액은 두 번째가 크지만, 같은 돈을 넣었다고 생각하면 첫 번째가 더 잘 번 겁니다. 너무 당연한가요? 어떤 회사의 ROE가 높거나 낮다면 왜 그런지 원인을 파악해보고 싶을 것입니다. 이때 ROE를 여러 요소로 분해해서 살펴 볼 수 있습니다. 순이익 나누기 매출, 매출 나누기 자산, 자산 나누기 자본 세 가지를 곱하면 원래 ROE.......

Wed, 07 Oct 2026 16:25
게이머를 즐겁게 하고 싶었던 사람, 이와타 사토루

닌텐도의 사장이라는 직함 뒤에 있던 사람 게임을 더 재미있게 만드는 건 뭘까요? 더 사실적인 그래픽일까요? 아니면 더 많은 돈을 들여서 만든 거대한 오픈월드일까요? 닌텐도의 네 번째 사장이었던 이와타 사토루는 단순한 최첨단 기술의 적용만으로는 이 질문에 답할 수 없다고 생각했습니다. 게임을 만드는 사람이 마지막까지 신경 써야 하는 것은 게임을 하는 사람의 반응이라고 말했습니다. 게이머가 게임을 하면서 웃는지, 놀라는지, 다시 해보고 싶어 하는지, 그리고 재미있어 하는지 그의 기준은 그가 회사의 사장이 된 뒤에도 계속 남아 있었습니다. 2005년 게임 개발자 콘퍼런스에서 이와타는 자신을 소개하면서 이렇게 적었습니다. &.......

ue, 06 Oct 2026 19:50
오늘의 일기..(Feat 니체)

정답이 보이던 과거 시대는 죽었다. AI 덕분이다. 우리는 우리가 더 이상 정답이 없는 세계를 앞으로 살아가야 한다는 사실을 인정하고 자신에게 더욱 솔직해져야할 뿐만 아니라 새로운 현실을 마주할 각오를 해야 한다. 끝은 또 다른 시작이기도 하다. AI의 등장은 인간이 스스로를 재 창조할 기회를, 더 고등한 행태의 인간으로 소생할 기회를 줄 수도 있고 무가치한 인간이 되도록 할 수도 있다. 지금 시대의 인간은 확실성을 갈망하지 않는, 안전망이 필요없는 자유로운 영혼이 돼야 한다는 점이다. 지금부터 필요한 것은 앞으로의 세상이 무엇을 내놓더라도, 심연의 끝자락에 다다르고 절망적인 상황에서도 춤을 출줄하는 자유롭고 쾌활한 영.......

Fri, 02 Oct 2026 17:24
차... 차익거래 기회인가?

사... 사서 팔께요...

Wed, 16 Sep 2026 13:28
잡담..

시장에서는 늘 화려한 알고리즘과 거대 모델의 추론 능력에 먼저 시선이 쏠립니다. 초 단위로 쏟아지는 뉴스 속에서 핵심 맥락을 짚어내고, 복잡한 거시경제 지표 사이의 상관관계를 한눈에 파악하는 인공지능의 모습은 마치 전지전능한 분석가처럼 보이기 쉽습니다. 하지만 지능의 층위를 한 겹만 벗겨내 보면, 그 기저에는 지극히 투박하고 치열한 데이터 인프라의 세계가 버티고 있습니다. 모델의 정교함보다 더 근본적인 승부처는 언제나 보이지 않는 배관망에 있었습니다. 금융 데이터는 다른 어떤 도메인보다 오염과 왜곡에 취약합니다. 수많은 공시 문서, 실적 발표 음성, 각국 중앙은행의 성명서 같은 비정형 데이터부터 밀리초 단위로 요.......

ue, 15 Sep 2026 10:36
AI 개발 감속합의는 왜 납득되지 않는가

아모데이·올트먼·머스크의 "속도 조절" 합의가 어색하게 느껴진다. 동기 신뢰성 실효성 시나리오 자체 아모데이는 2026-09-12(미국 시간) 에세이 "We Must Pace the Frontier"를 발표했다. 핵심은 "We must slow the pace at which we improve the capabilities of AI models"이다. 다만 언론에서 떠드는 것처럼 개발 중단은 아니다. 제안은 3단계다. 1단계는 독립 평가자를 배치하는 것 2단계는 민주주의 국가 AI 기업 간 공통 안전 기준 조율 3단계는 중국 등 경쟁국과의 국제 협약 여기에 재귀적 자기개선에 대한 속도 제한이 포함된다. 개발 중단은 아니다. 정부에는 첨단 칩의 중국 판매 금지 SOTA 모델 검증.......

Mon, 14 Sep 2026 22:59
IT를 여행하는 히치하이커를 위한 안내서 4편

좋은 시스템 설계는 다음 네 가지가 잘 구성되어야 합니다. 확장성 일이 늘면 기기를 더 붙여 감당할 여지가 있는지, 성능이 허용 범위에서 사용자 증가를 계속 감당할 수 있는지 유지 보수성 고치기 쉬운 구조인지, 한 군데를 고칠 때 다른 곳에 영향이 최소화 되는지 신뢰성 여러번 시켰을때 같은 의도한 답이 계속 같은 결과로 나오는지. 지연시간 얼마나 빨리 답이 오는지 확장성 확장성은 사용자 수나 처리해야 하는 데이터의 양이 늘어도 감당할 수 있는 시스템인가를 묻습니다. 일이 늘었을 때 큰 무리가 없으면 확정성이 있는 것이고, 더 감당하기 힘들어 지면 없는 것입니다. 흔히 '성능과 신뢰성을 그대로 유지하면서' 라는.......

Mon, 14 Sep 2026 18:10
IT를 여행하는 히치하이커를 위한 안내서 - 3편

바이브 코딩이 되면서 돌아가는 듯 보이는 시제품을 만드는 게 쉬워 졌습니다. 하지만 시제품과 실제 서비스간의 간격은 정말 큽니다. 서비스가 되는 순간 책임이 바뀝니다. 개발자의 컴퓨터에서 되던 기능이 이제는 낯선 다수에게 여러번 반복 되어도 같은 결과를 내야 하는 약속이 됩니다. 서비스 완성의 기준 시제품은 가능성을 확인하는 물건이고 이걸 서비스로 내는 것은 약속대로 수행되는 제품입니다. 시제품이 실전에 들어가기 까지는 굉장히 많은 난관을 거쳐야 합니다. 시스템 설계가 필요해지는 시점입니다. 호텔 예약 시스템을 예시로 서비스가 제공 될 때 신경써야 할 것들을 생각나는 대로 나열해 봅시다. 많은 사람이 함께 요청하.......

Sat, 12 Sep 2026 15:10
IT를 여행하는 히치하이커를 위한 안내서 2편

가장 단순한 형태의 시스템을 이해해봅시다. 사용자는 둘 서버는 한대 데이터베이스도 하나 호텔 객실을 예약하는 애플리케이션을 제공하기 위한 시스템의 구조를 이해해 봅시다. 클라이언트와 서버 클라이언트는 이름 그대로 손님으로 부탁하는 쪽 입니다. 서버는 부탁을 받아 답을 하는 쪽 입니다. 부탁을 요청, 돌아오는 답을 응답이라고 부릅니다. 호텔 객실 예약 시스템 사용자 A가 301호를 예약하면 이런 순서로 흘러갑니다. 사용자 : 방을 예약하려는 사람. 휴대폰이나 개인 PC로 주로 요청이 들어옵니다. 앱 서버 : 요청을 받아 "이 방을 예약해도 되는가?"를 판단합니다. 데이터베이스 : 어느 방이 비어있고 누가 잡아뒀는지.......

Fri, 11 Sep 2026 13:53
IT를 여행하는 히치하이커를 위한 안내서 1편

프로그램, 소프트웨어, 애플리케이션, 시스템, 서비스. 이런 용어들을 많이 들어 봤을 것입니다. 이미 들어 본 말들이라도 이 말들의 공통점은 무엇이고 어떻게 다른 말인지 이해하지 않으면 맥락이 부족한 사람들은 고개를 갸우뚱 하게 되는 순간이 생길 겁니다. 프로그램에서 애플리케이션 까지 가장 작은 말은 프로그램입니다. 이는 컴퓨터가 이해할 수 있는 명령의 묶음으로 이해하면 됩니다. 실행이 불가능한 어떤 파일 형태로 있어도 이건 프로그램입니다. 프로그램과, 거기 딸린 설정, 데이터, 관련 문서까지 한데 묶어 부르는 말이 소프트웨어입니다. 소프트웨어 가운데 이제 사람과 상호작용 하여 요구를 처리하는 것이 애플리케이션입.......

hu, 10 Sep 2026 15:43
속지마라

온라인에서도 활동하고 방송에도 출연 해보고 신문 기사에도 몇번 나와 봤다. 이쪽 생태계에 조금 노출 된 다음 놀라는 지점이 생겼다. 그것은 "사람들이 화자가 자기 자신에 대해 하는 말을 그냥 믿는다는 것" 그리고 굉장히 좋게 포장해 준다는 것이다. "저는 굉장히 긍정적인 사람이에요." 그러면 긍정의 아이콘이 된다. 검증은 없다. "저는 긍정적인 사람이에요"에는 말하는 데는 값이 들지 않는다. 그런데 그 소리가 시장에서 정가에 팔린다. 왜 팔릴까? 두 개가 겹친다. 사람의 기본값은 믿음이다. 커뮤니케이션 연구에서는 이를 진실 기본값이라 부른다. 우리는 상대의 말을 일단은 참으로 접수하고 의심을.......

hu, 27 Aug 2026 17:36
AI가 코딩하는 시대, 왜 배워야할까(크리스피치)

프로그래밍을 배워야 할까요? 혹은 확률을 배워야 할까요? AI가 코딩도 할 수 있지만, 확률 계산도 할 수 있으니까요. 글쓰기는 배워야 할까요? AI도 글을 쓸 수 있습니다. 저는 배우지 않는다는 것이 잘못된 답이라고 생각합니다. 여러분은 논리를 체계화하는 법을 배워야 합니다. 확률적 추론의 깊이를 배워야 하고, 프로그래밍도 배워야 합니다. AI가 그런 것들을 할 수 있다면 여러분의 능력은 증폭될 수 있겠지만, 미래에도 여전히 그 분야에서 똑똑한 능력을 갖추는 것은 중요할 것이라 생각합니다. 과거보다 동기발견의 위기를 겪는 사람들을 더 많이 봅니다. 당연한 일입니다. 세상에 불확실성이 더 커졌으니까요. 2026년의 AI로 무엇을.......

ue, 25 Aug 2026 11:38
한 우물만 파는 시대의 종말

한 우물의 시대가 있었다. 학생과 직장인들은 전공과 직업을 통해 하나의 우물을 팠다. 그 우물의 깊이가 곧 커리어였다. 깊이 판 자는 전문가로 존중 받았고, 이 우물 저 우물을 기웃거린 사람은 뿌리가 없는 자로 낙인찍혔다. 이제 그 시대는 AI와 함께 종말했다. 지반이 흔들리는 AI 시대에 하나의 우물을 파는 것은 무덤을 파는 것과 같아 보인다. 내 우물의 물길을 AI가 막으면 내가 평생 판 깊이만큼 갇히게 되는 것이다. 격변의 시기이지만 과거 철학자들의 혜안으로 해쳐나갈 방법에 대한 힌트를 얻을 수 있다. 공자의 군자불기(君子不器) — 운명을 거절하다 그릇은 태어날 때 용도가 정해진다. 밥그릇은 밥의 종이고, 술잔은 술의 종이.......

hu, 20 Aug 2026 12:32
투자는 어렵다

투자는 남의 의견대로 해서는 무조건 실패한다. 자신만의 전략이 있어야 한다. 자신의 전략에 대한 일정 수준의 자신감은 성공한 투자자들의 일관된 특징이라고 할 수 있다. 경험이 부족한 사람들은 투자 전략에 대한 자신감과 예측 자신감이 다르다는 것을 구분하지 못하는데 만약 그런 수준이라면 지금 투자를 하지 않는게 옳다. 타인에게 조언을 구하는 것도 자신감이 부족하다는 확실한 신호다. 손실이 발생해도 크게 개의치 않아야 한다. 손실은 하나의 과정이며 투자자로 성공하려면 그 사실을 이해해야 한다. 손실난 투자자의 최고의 합리화는 '본전만 찾으면 나가야지' 하는 것이다. 내 투자판단이 틀리지 않았음을 인정받기 위.......

Sat, 08 Aug 2026 15:06
잡담...겸 일기?

2026년 7월 25일 글을 쓰는 능력이 점점 퇴보된다는 생각이 들어 한번 아무 말이나 써보려고 한다. 문득 신세계가 펼쳐진 듯 보이는 작금의 신기루에 빠져 있는 동안은 보이지 않지만 만사의 근간은 결국 사람이라는 사실을 자꾸만 잊게 되는 게 아닌가? 하는 의구심이 떠나지 않는다. 나는 주산, XT 컴퓨터부터 인터넷, 지금의 AI에 이르기까지 알고리즘과 디지털의 격변 그리고 AI에 이르는 상전벽해까지 다양한 경험을 했기 때문에 잘 적응하고 있다고 생각이 들긴한다. 그렇지만 반대급부로 삶에 대한 태도나 사람을 대하는 방식 등 기술적인 것이 아닌 인문적인 부분에 있어서는 경직된 사고와 각주구검같은 면을 계속 노정하고 있는 듯하다.......

Sat, 25 Jul 2026 16:49
바이브 코딩은 외주다

AI에게 "이런 앱을 만들어줘"라고 말하는 사람이 늘었다. 이건 내가 만든 게 아니라 내가 외주를 준 거다. 이런 걸 처음 경험해본 사람들은 그럴듯하게 동작하는 프로그램을 보며 뿌듯함을 느끼고 SNS에 올리며 "내가 만들었다"라고 말한다. 하지만 냉정하게 보면 "내가 만들었다"라고 표현하면 안 된다. "내가 AI에게 만들어달라고 했다"라고 표현해야 정확하다. 이 둘 사이의 거리는 생각보다 멀다. 지난 3년 넘게 AI의 도움을 받아보니 얻는 것도 많지만 잃어버리는 것도 많아서 소회를 한번 써본다. 그리고 기시감이 든다. 펀드매니저 시절에 느꼈던, 내가 주의하고자 했던 상황을 지금은 AI에 대해.......

Sun, 05 Jul 2026 16:50
투자에서 양쪽의견이 다 맞는 것처럼 보일 때

어떤 주식이나 산업군이 오르길 바라면, 계속 오를 이유를 찾을 수 있다. 떨어지길 바라면, 떨어질 이유를 찾을 수 있다. 그리고 둘 다에 대한 논리적 근거를 만드는 것은 어렵지 않다. 이 주제를 메모리 반도체 시장에 대한 지금 시장의 내러티브에 빚대어 설명해본다. 결론부터 말하면 이렇다. "양쪽 다 논리적이라는 건 아직 아무도 모른다는 뜻이다." 가용성을 진실로 착각하지 말자. 사람들이 흔히 빠지는 함정이 있다. 머릿속에 더 빨리, 더 많이 떠오르는 쪽을 진실이라고 느끼는 것이다. 심리학에서 '가용성 휴리스틱'이라고 부르는 현상이다. 하지만 어떤 주장에 관한 기사가 많다는 사실은 그 주장이 옳다는 뜻이.......

Mon, 29 Jun 2026 14:26
AI 수요는 진짜인가

"증명"은 불가능 전 세계가 인공지능(AI)에 어마어마한 돈을 쏟아붓고 있다. 데이터센터를 짓고, GPU 칩을 사들이고, HBM 메모리 반도체를 사거나 빌려 쓴다. 투자 규모가 역사상 본 적 없는 수준이다. 그러다 보니 자연스럽게 이런 질문이 나온다. "이 수요, 진짜일까? 모두가 진짜라고 이야기 하지만 여기서 솔직해질 필요가 있다. 미래의 수요를 미리 "증명"하는 건 원리상 불가능하다는 것이다. 미래는 아직 오지 않았으니까. "증명했다"고 우기는 순간, 그건 그냥 반도체 회사들 이익의 결과를 보고 나서 끼워 맞추는 것과 같다. 지금 반도체 회사들의 주가가 오른다는게 수요가 진짜라는 것의 증명은 될.......

ue, 23 Jun 2026 11:32
AI 무엇이 빨랐고, 무엇이 과장됐나

지난 1년 중 가장 빠르게 발전한 건 코딩 에이전트들이다. Claude Code, Codex, Gemini CLI 1년 전엔 스마트폰으로 이렇게 많이 코딩하게 될 줄 몰랐다. 워크플로우 자체가 빠르게 바뀌고 있다. 에이전트 기반 워크플로우가 기업에 자리 잡기 시작했다. 반대로 과대평가된 것도 있었다. 특히 '일자리 종말론' 같은 비관적 내러티브가 예상보다 큰 주목을 받았다. 하지만 일자리 종말이 현실화되리라고 보지는 않는다. 소프트웨어 엔지니어링의 미래: 병목은 계속 이동한다 개발 속도가 빨라지면 무엇을 만들지 결정하는 일(제품 관리) 이 병목이 된다고 했다. 이것은 더 심해졌다. 개발이 그만큼 빨라졌기 때문이다. 문제는 소프트웨어.......

Mon, 22 Jun 2026 10:53
반도체 호황의 구조와, 그 호황이 정말 얼마나 갈 수 있는가에 대하여

반도체를 파는 회사는 돈을 긁어모으는데, 정작 그 반도체를 사다 쓰는 회사들은 좀처럼 재미를 못 본다. 얼핏 모순처럼 보인다. 사는 쪽이 돈을 못 버는데 어떻게 파는 쪽만 계속 잘될 수 있단 말인가? 그런데 이건 모순이 아니다. 가치사슬에서 이익이 공평하게 나뉜다는 법칙은 애초에 어디에도 없기 때문이다. 골드러시를 떠올려 보자. 정작 금으로 부자가 된 광부는 손에 꼽았지만, 곡괭이와 청바지를 판 사람들은 꾸준히 돈을 벌었다. 광부 개개인이 금을 캐든 말든, 곡괭이는 어차피 팔렸으니까. 지금 AI 반도체 시장의 구도도 똑같다. 칩을 사다 쓰는 기업은 수가 많고 서로 비슷해서 경쟁하다 이윤을 깎아먹지만, 사실상 독점에 가까운.......

Fri, 19 Jun 2026 18:20
가치평가 기법 개괄

애널리스트들은 단순한 모형부터 복잡한 모형까지 다양한 모형을 사용한다. 가치평가 기법에는 크게 3개의 방식이 있다. 내재가치평가법 가격평가법 조건부청구권평가법 어느 기법을 사용하느냐에 따라 평가 결과는 크게 달라질 수 있다. 내재가치평가법 현금 흐름은 자산에 따라 달라진다. 주식에서는 배당이 나오고 채권에서는 쿠폰이자가 나온다. 할인율 r은 기대 현금흐름의 위험도에 따라 결정된다. 위험도가 높으면 할인율이 높고, 안전한 자산이면 할인률이 낮다. "위험하면 요구하는 수익률이 높고, 안전하면 요구하는 수익률이 낮다." 라고 말할수도 있다. 주식가치평가와 기업가치평가 주식의 가치평가는 주식의 현금흐름 기.......

Fri, 19 Jun 2026 14:43
어떤 자산이든 가치는 평가할 수 있다.

많은 가치평가는 형편없이 빗나갈 수도 있지만 안하는 것 보다는 낫고, 잃는 것보다 얻는 것이 많다. 매일 가격을 보는 사람들이라면 "가치평가는 타당할까?" 라는 의문이 들겠지만 절대적으로, 그리고 과거 어느 때 보다도 타당하다. 가치 평가란 무엇인가? 미래에 현금이 창출될 것으로 기대되는 모든 자산에는 가치가 있다. 가치평가가 상대적으로 쉬운 자산도 있고 어려운 자산도 있다. 부동산과 상장주식의 가치평가 방법은 세부적으로 조금 다르다. 그러나 가치 평가의 기본 원칙은 유사하다. 가치 평가에 대한 철학적 질문 더 멍청한 바보 이론에서는 더 비싼 가격에 사려는 더 멍청한 바보가 존재하면, 자산의 가치는 아무래도.......

hu, 18 Jun 2026 18:40
변동성이 큰 코스피에서 왜 함부로 레버리지를 쓰면 안 되는가

산술평균과 기하평균의 간극, 변동성 손실에 대한 이야기를 하려고 한다. 그냥 말로만 하면 그런가? 라고 생각하는 경향이 있어서 간단한 수학을 좀 가져 왔다. 최근 3개월간의 코스피 통계치는 다음과 같다.(2026-03-03 ~ 2026-06-12) 변동성 67.5% 이는 역사적 평균의 4~5배에 달하는 값이다.(평균 15~20%) 매우 높다는 건 말 안해도 이미 알고 있을 것이다. 하지만 사람들은 수익률에만 관심이 있지 변동성에는 큰 관심이 없는 것 같다. 문제는 "수익률을 결정하는데 변동성의 역할이 크다." 라는 걸 간과해서는 안된다는 점이다. 산술평균 VS 기하평균 수익률 평균에는 두 종류가 있다. 우리가 무심코 말하는 평균은 산술평균이다.......

ue, 16 Jun 2026 15:22
투자 일지 써가면서 하세요.

여러분도 투자 일지 써가면서 하세요. 뉴스 보고 기분따라 하지 말고 저는 프로그램에 적어가면서 하고 있습니다.

Mon, 08 Jun 2026 17:45
주식 위험 프리미엄 : 주식에 투자할 때 기대할 수 있는 추가 수익은 얼마인가?

주식만 따로 보면, 주식의 위험 프리미엄(위험을 감수한 대가)이 어느 정도인지 구체적인 숫자로 확인할 수 있습니다. 가장 단순한 방법은 S&P500의 과거 연환산 수익률에서 미국 단기 국고채(거의 무위험 자산)의 연환산 수익률을 빼는 것입니다. 이 밖에도 위험 프리미엄을 측정하는 방법은 세 가지가 있습니다. 과거 수익률을 직접 측정하는 방법 수익률 분해 공식을 활용하는 방법 현재 금리를 기반으로 한 공식을 활용하는 방법 과거 수익률을 통해서 확인하는 방법 120년간의 주식수익률을 보고 위험 프리미엄이 얼마나 있었는지 확인해 볼수 있습니다. 이 그래프는 금융학계에서 가장 권위 있는 장기 수익률 데이터셋인 Dimson-Marsh-.......

Mon, 08 Jun 2026 15:46
뉴스를 열심히 보고 투자에 도움이 되었나?

저도 뉴스 봅니다. 그래서 뉴스검색 프로그램을 만들었습니다. 일단은 이번주 초 뉴스를 보겠습니다.(6월1일~6월2일) 검색어는 '코스피' 입니다. 대충 정리하면 명백한 "불장" 환호 라고 할수 있습니다. AI 반도체 주도로 코스피 사상 최고(8천피)·삼성전자 글로벌 시총 톱10 진입, 개미 자금이 마통 41조·강남집 팔아 ETF 등 레버리지·FOMO로 쏠리는 과열성 낙관. 그러면 지금 나오는 뉴스를 볼까요?(어제, 오늘) "검은 금요일" 급락 — 반도체(브로드컴·엔비디아) 쇼크로 AI 인프라 투자 사이클 의구심 점화, 삼성전자 −6%·SK하이닉스 −8%, 코스피 8000선 위협·코스닥 1000선 붕괴, 17년 만에 매도 사이드카 발.......

Fri, 05 Jun 2026 13:31
KOSPI 폭등 / KOSDAQ 폭락?

지난 5월 27일, 한국 증시에 흥미로운 일이 일어났다. KOSPI는 +3.04% 상승하며 사상 최고치인 8,457을 터치했고, 같은 날 KOSDAQ은 −3.36% 폭락했다. 오늘(5월 29일) 양상도 비슷하다. 별 일 아닌 듯 보이지만, 사실 이런 패턴은 약 30년의 한국 증시 역사에서 단 8번밖에 일어나지 않았던 매우 드문 사건이다. KOSPI ≥ +2% & KOSDAQ ≤ −3% 동시 발생일 2000년 1~4월: 6건 → 닷컴버블 후기, 코스닥 IT 폭락기 · 2008년 10월: 1건 → 글로벌 금융위기 클라이맥스 · 2026년 5월: 2건 → 현재 2000년 이후 약 25년간 단 1건만 발생했다. 이 시그널을 두고 시장 참여자들 사이에서 의견을 둘로 갈라서 봤다. 이 사건만 보고 양쪽의 핵심 논.......

Fri, 29 May 2026 13:00
AI코딩에는 함정이 있습니다.

"AI가 코딩을 담당하고, 인간은 전체적인 과정을 조율하는 역할을 하면 된다." 에이전트들이 모든 구현을 알아서 처리하고, 개발자는 ' 좋은 아이디어'를 제시하고, 결과물을 검토하며, 자신이 세심하게 수립한 계획을 에이전트들이 실행하도록 지속적으로 안내하는 역할만을 한다는 뜻입니다. 코딩 에이전트는 유용하고 강력합니다. 하지만 본격적으로 사용하기 시작한지 시간이 좀 지난 지금 시점에서는 논의가 필요합니다. 몇 가지 정량화 가능한 단점들도 파악되고 있습니다. 1) 인공지능이 개발한 코드들은 명료함을 위해 전체 시스템의 복잡성이 증가한다. 2) 많은 사람들의 개발 능력이 퇴화하고 있다. 3) 개인 및 팀.......

Sat, 23 May 2026 22:51
잡담...(Feat. 졸업식 축사)

젠슨 황의 CMU 졸업 축사 요약을 봤다. 요지는 이거였다. "AI가 인간을 대체하는 게 아니라, AI를 잘 쓰는 사람이 못 쓰는 사람을 대체할 것이다." 나도 자주 하는 말이긴 하다. 다만 요즘은 생각이 많아지는 문장이다. 누가 누구를 대체하는 결정을 하는가, 라는 부분에서 말이다. 100명이 일하던 공장 라인을 자동화 설비 10대가 대신했을 때, 90명을 자른 건 사실 그 기계였을까? 아니면 수익성 보고 도장 찍은 경영진이었을까. AI를 활용해서 채용을 줄이고 있는 요즘이다. 대부분의 회사들이 마찬가지의 기조이긴 하다. 일단 이런 상황에서 살아남을 수 있는 사람들은 누구일까? "실패는 배움의 기회이자 회복 탄력성의 원동.......

Sat, 23 May 2026 14:12
데이터 처리좀..

삼성증권 HTS NICE 주식 가격 차트 이게 정상 네이버 증권에서 Capcom 조회 (무상증자 한지 한참 지났음) 이게 정상

hu, 21 May 2026 12:30
나중에 회사 차리면 쓰려고 적어놓은 것

예전에 창업을 생각했을 때 직원들이 생기면 하고싶은 말을 적어 놨던 것을 노트에서 발견 구멍가게라도 좋으니 언젠가는 반드시 사장이 되어 보겠습니다. ========================================== 일을 하다 보면 어느 순간 이런 생각이 드실 겁니다. "나는 지금 왜 이 일을 하고 있지?" 시원하게 답할 수 없어도 괜찮습니다. 오히려 그 질문을 품고 있다는 것 자체가 중요합니다. 저는 내가 만드는 것을.......

ue, 19 May 2026 09:27
메모리 반도체의 이익 급증은 P와Q 무엇의 증가인가

압도적 P 주도. Q는 오히려 정체/감소 P/Q의 분해는 정확한 답을 위해 최신 실적·출하·ASP 데이터를 봐야 한다. 이번 사이클은 전형적인 메모리 회복(공급 정상화 → 출하량 증가)이 아니다. AI 수요 + 공급 제약의 충돌로 가격이 폭발하는 구조이다. 핵심 데이터: SK하이닉스 2026 Q1 (QoQ 기준) 회사 발표: "D램의 경우 출하량은 전분기 수준을 유지했으나 평균판매가격(ASP)이 60% 중반 상승했고, NAND는 출하량이 약 10% 감소했음에도 ASP가 70% 중반 뛰면서 외형과 수익성을 동시에 끌어올렸다" (출처: SK하이닉스 컨퍼런스콜, 2026-04-23) 매출 +60% QoQ, 영업이익 +96% QoQ 모두 순수하게 P가 만든 숫자이다. 매출 50조 원 돌파.......

ue, 12 May 2026 18:00
수익률 분해

퀀트는 수익률을 분석하는 일을 한다. 그렇다면 수익률이 어떤 것들로 구성되어 있는지 이해하는게 필요하다. 수익률 = Rf + 시장 리스크 프리미엄 + 대체 리스크(팩터) 프리미엄 + Alpha + (비유동성) 복잡하게 생각할것 없다. Rf는 (무위험 수익률) 이다. "숨만 쉬어도 나오는 기본급"으로 보통 국공채 수익률을 뜻한다. 시장 리스크 프리미엄은 위험한 주식 시장에 발을 들인 대가로 받는 보상을 뜻한다. 0이라면 주식에 투자할 이유가 없다. 리스크 (팩터) 프리미엄은 특정 성격(저평가된 주식, 우량한 주식, 덩치가 작은 주식 등)을 가진 종목에 집중 투자해서 얻는 추가 수익을 말한다. 알파(Alpha)는 시장의 흐름이나 통계.......

Sat, 09 May 2026 19:20
주식시장이 활황이다 싶으면 일단 커뮤부터 잠시 끊자

모두가 천재가 되는 순간 추세가 우상향으로 굳어지기 시작하면 누구나 자신이 시장을 읽었다고 믿는다. 활황장의 게시판은 이상한 곳이다. 평소에는 뉴스 기사 댓글 100개도 안 달리던 종목 게시판에 하루 수백 개의 글이 올라온다. "○○○○ 가즈아", "이번엔 진짜다", "10루타 갑니다". 이 글들에는 한 가지 공통점이 있다. 모두 사고 난 다음에 쓴 글이라는 점이다. 활황장이야말로 게시판을 떠나야 하는 시기다. 직관과 정반대지만, 그 이유는 생각보다 복잡하다. 게시판에서 유통되는 정보의 품질은 시장 사이클과 반비례한다. 하락장에는 진지한 분석글의 비중이 높다. 활황장은 다르다. 신규 투자자가 대.......

Sat, 09 May 2026 15:46
손익계산서

손익계산서는 재무상태표 보다 직관적이다. 구조가 그냥 위에서 아래로 차감하는 형태이기 때문이다. 손익계산서에는 4개의 이익이 존재한다. 매출총이익, 영업이익, 세전이익, 당기순이익 실무에서는 매출총이익, 영업이익, 당기순이익이 중요하다. 가장 많이 인용하는 지표는 영업이익이다. 왜 영업이익일까? 재무적으로 좋은 기업 좋은 기업의 정의는 여러가지가 있다. HR 관점에서는 직원들에게는 동기부여 잘하고 월급 잘 주는 기업 사회적으로는 일자리를 많이 만드는 기업 재무적 관점에서는 이해관계자에게 많은 수익을 주는 기업 기업에 자원을 제공하는 이해관계자는 세 부류가 있다. ① 채권자 — 자금을 빌려줌 → 대가: 이자(Intere.......

hu, 07 May 2026 16:56
지금 내 심정...

Wed, 06 May 2026 21:46
음...

내가 작년보다 올해 더 많이 벌게 될거라고는 상상도 못했음 예상한대로 시장이 흘러가지는 않는다는게 확실함 특히 인텔이 이렇게 오를줄은 상상도 못했음 미국 주식 딱 2개 보유중인데 구글 누적 수익보다 더 작은 비중으로 투자한 인텔의 누적수익이 더 커질줄이야 인텔의 투자 이유는 퀀트와 AI의 도움이 컷음 개인적인 감정과 대세의 의견을 따랐으면 못샀을 주식임 지금은 파티를 같이 즐기는 중이지만 결국 끝은 올것이고 국장 비중은 많이 줄여서 미장과 일본장으로 옮기는 중인데 둘다 막 비중을 더 공격적으로 늘리기 좋은 시기로 판단되진 않음 퀀트 매크로 모델도 반반 정도로 보고 있어서 일단은 보유 포지션은 HOLD

ue, 05 May 2026 23:10
유튜브에서 투자 이야기를 할때 느끼는 고충

할만한 이야기와 컨텐츠는 떨어진 적이 없음. 오히려 할게 너무 많은데 물리적인 시간 여건이 전혀 안되는게 문제임 그런데 몇가지 하면 좋을거 같은데 하기가 꺼려지는 컨텐츠 종류가 있음 개인적으로 사용하는 투자 프로세스 컨텐츠가 그 종류임 자가 검열이 들어가서 어? 괜히 한다고 했나? 라는 생각이 들때가 많음 사실 온라인에서 투자 모델과 관련된 주제는 맞지 않음 왜냐하면 공개하면 자기가 평가한답시고 저게 맞냐고 따지고 공개를 안 하면 왜 세세한거는 안 알려주냐고 자랑하는 거냐고 따짐 실제로 맞닥들인적이 있음 이런 반응이 미리 내 머리에 떠오르다 보니 자가 검열이 들어감 이런 자가 검열과 떨떠름한 마음을 이겨낼 만큼.......

Sun, 26 Apr 2026 12:30
퀀트와 재무제표는 도움이 된다..

저는 인텔을 구글 다음 비중으로 투자중인데요. (추천이 아닙니다.) 퀀트나 재무제표 분석으로 보면 사지 않을 주식일거 같지만 아닙니다. 제가 싫어하는 멘트중에서 손꼽는 2개가 있는데요. " 퀀트는 백미러다. 재무제표는 백미러다. " 그리고 이어지는 "그러니 미래를 아는데 도움이 안된다." 두가지 멘트를 하는 사람들은 한가지 공통점이 있습니다. 그들은 그 영역을 모르는 사람들이라는 것입니다. (모르니까 자신있게 말했겠지) 퀀트를 볼때 그냥 저PER, 부채비율 정도만 보는 수준으로 이해하고 재무제표 분석도 수익 잘 나오고 매출액 잘 나오고 라는 묘사 수준으로만 분석해볼때 이런 멘트가 나옵니다. 세상 모든 분.......

Fri, 24 Apr 2026 07:43
잡담...

슬롭(Slop)은 그냥 쓰레기라는 뜻이다. AI 슬롭은 AI로 만들어진 저품질 결과물, 쉽게 말해 AI로 만들어진 쓰레기 같은 결과물을 말한다. 이 중에서 형편없는 수준의 "메시지, 보고서, 웹사이트 같은 것들" 을 워크 슬롭이라고 부른다. 검토도 안 거친 듯한 AI 보고서나 딱 봐도 AI가 쓴 게 티 나는 메시지를 말한다. 검토를 안 하고 보낸 것 같은게 문제다. 본인이 읽어보긴 했을까 하는 생각이 먼저 드는 글들이 있다. 보고서나 제안서도 마찬가지이다. 누가 봐도 100% 검토되지 않았을 것 같은 문서가 올라올 때가 있다. 문제는 결국 이걸 내가 읽어야 한다는 점이다. 내가 이걸 가지고 일을 하려면 다시 정리해야 한다. 완성도가 낮.......

hu, 23 Apr 2026 10:15
잡담...

AI든 뭐든 활용해서 새로운 일을 하려 하면, 많은 기존의 사람들은 가능성을 따진다. 그런데 그 판단에 쓰는 논리가 대부분 지금 있는 것들이다. 아직 오지 않은 것을, 이미 있는 것으로 재단하고 있는 셈이다. 현재의 문법으로 미래를 번역하면 결론은 늘 하나다. 그건 현실과 괴리가 있어서 어렵겠는데요. 우리는 그동안 그렇게 일하지 않았는데요? 사실 미래를 대비하고자 하면서 현재의 틀 갇혀 있으면, 모든 일은 영원히 불가능하다. 이 태도는 또 다른 장면과 닮아 있다. 조직이 흔들릴 때 공통으로 나타나는 조짐이 있다. 구성원들이 자기 조직을 점점 더 많이 분석하기 시작할 때다. 참여자의 언어가 아니라, 구경꾼의 언어로 말하기 시.......

Sat, 18 Apr 2026 17:49
우리가 절대로 반응해서는 안돼는 유형

투자 관련 글이나 유튜브 댓글들을 보면 꼭 한 번씩 마주치는 문장이 있습니다. "OO는 의미없다. XX가 답이다." 짧고 단호합니다. 이 두 문장에는 공통점이 있습니다. OO를 제대로 알았다면 저렇게 단순하게 쓸 수 없고, XX를 제대로 알았다면 저렇게 자신있게 쓸 수 없습니다. 역설적으로, 둘 다 모르는 사람만이 저 두 문장을 동시에 쓸 수 있습니다. 저 문장을 쓴 사람은 스스로 그것을 증명해버린 셈입니다. 그러니 반응할 필요가 없습니다. 어떤 분야든 깊이 들어가면 들어갈수록 확신은 줄어들고 겸손해집니다. 소크라테스가 "나는 내가 아무것도 모른다는 것을 안다"고 했던 것처럼, 진짜로 무언가를 아는 사람일수록.......

Mon, 13 Apr 2026 11:39
AI에 짓밟힌 자존감을 높이는 쓸데없는 방법

. . . . . . . . . . . . . . . . 갑자기 AI에 짓밟힌 자존심이 살아나기 시작했어.. PS. 이해가 안되는 경우 검은색 화면의 내용을 읽으면 됩니다.

Fri, 10 Apr 2026 23:55
잡 서치 날로먹기 프로젝트

개발에 30분 걸렸습니다. 일단 원하는 잡과 관련된 keyword를 입력하면 현재 Avaliable한 채용 공고가 뜸 내 이력서를 기반으로 동작함 (이력서를 업로드 할 수도 있음) 적합도 분석 버튼을 누르면 각 공고에서 요구하는 바와 내 이력서의 적합도를 분석해줌 상세버튼을 누르면 직무 요구사항과 내 이력서를 매칭시켜봄 이력서 적합도를 계산하고 보완이 필요한 영역을 알려줌 그리고... 추가로 내 경력과 회사의 요구사항을 매칭시킨 이력서 작성 기능을 개발 그리고 그냥 보내버면 됨 리스트에 있는 회사에 한꺼번에 전부 이력서를 보낼 수 있음 매일 하다보면 하나는 걸리겠지. 이런게 딸칵 아입니까? 떨어졌다고 실망말고 마구마구 지원해보.......

Wed, 08 Apr 2026 11:44
잡담...

보통 사람들은 대부분 이런 식으로 질문한다. "앞으로 어떻게 될 것 같나요?" "이렇게 될 것 같은가요, 저렇게 될 것 같은가요?" 이런 식의 질문에는 자기 주도권이 양보되어 있다. 올바른 질문은 "이렇게 해도 될까요?" "이렇게 저렇게 하려고 하는데 괜찮을까요?" 라는 식의 질문이 더 질문다워 보인다. 질문에는 반드시 '자기 관찰'과 '자기 의도'가 들어가도록 하는 것이 좋다. 주도권 없는 질문을 계속 반복하게 되면 자기 주체성은 생기지 않는다. 질문을 할 때도 '나의 관점은 어떠하다', '나는 어떻게 하고 싶은가?'라는 의지를 선행시키는 자세를 가.......

Wed, 08 Apr 2026 09:50
미래 분석 AI - 엉드루 물고기를 만들어 봄

이란 이스라엘 미국 전쟁과 관련된 문서를 md 파일로 옮겨서 향후 예측을 시도함 예측기간과 주기를 입력하면 됨 그럼 동작하기 시작 시뮬레이션을 위한 온톨로지를 생성하고 그 관계를 보여줌. 이게 끝나야 시뮬레이션이 됨 그러면 이 이벤트와 관련된 노드들이 향후 어떻게 반응할지에 대한 가상 세상 시뮬레이션이 동작하게 됨 이제 생성된 주체별로 시간대별 시뮬레이션이 돌아감 주식시장 애널리스트는 소화 가능한 리스크 범주에서 관리 될거라고 예측하는 건가..? 갑자기 국제 에너지 기구가 들어와서 공급망 다변화와 대체 수송로 확보를 시작함.. 아무튼 그런거 함 시간이 흐르면서 이 사건과 관계된 관련자들(edge)가 증가함 . . . . ........

Sun, 05 Apr 2026 18:31
AI를 팀원처럼 대하다 보니

아예 AI를 사람 팀원처럼 대하기로 마음 먹었다. 그러다 보니 AI 작업에서 불안한점, AI가 실수할만한 포인트가 떠올랐다. AI의 아웃풋이 이상한 경우에 내 지시사항에 틀렸기 때문이고 커뮤니케이션에 모호성이 있었을 거라고 가정하고 접근하게 되었다. 그렇게 빠르게 나온 결과물을 보니 고마웠고 체계적인 일머리가 대견했다. 결과물이 마구마구 쏟아진다고 생산성이 좋아지는게 아니다. 예전에도 무능한 상사들은 부하직원들이 한 업무를 그대로 위로 토스한 다음 문제 생기면 부하직원은 문책하는 경우가 있었다. 누구나 AI의 상사로 일을 하고 있는요즘에는 부하직원이 AI로 바뀐 모습이다. 그대로 믿고 쓰면 안되고 AI 탓을 해서도 안된.......

Sat, 04 Apr 2026 16:08
트럼프 '에픽 퓨리 작전' 대국민 연설에 대한 일곱 사상가의 논평(프롬프트가 있는 AI가 작성)

저는 한줄도 쓰지 않았습니다. 철학자들에 대한 프롬프트를 가지고 있는 AI가 썼습니다. 오늘 있었던 트럼프 연설에 대한 철학자 + 양웬리의 의견을 고대로 가져 왔습니다. 재미로 보세요. --------- 2026년 4월 1일 대국민 연설 전문 기반 [연설 요약] 트럼프 대통령은 4월 1일 대국민 연설에서 '에픽 퓨리 작전'의 성과를 나열했습니다. 핵심 주장은 다섯 가지입니다. "전례 없는 군사적 승리" — 이란 해군 소멸, 공군 폐허, 미사일·드론 능력 축소, 무기공장·로켓발사대 파괴 "핵 위협 종식" — 핵시설 파괴, 재건 시 위성 감시 후 재공격, 이란은 수년간 핵무기 제조 불가 "정권 교체 달성" — 목.......

hu, 02 Apr 2026 13:48
결정권을 인공지능에게 주지 마라

빅데이터와 알고리즘을 학습한 AI는 실세계에서 무엇이 무엇을 초래했는지 인과관계를 파악하지 않고 상관관계를 주로 본다. 하지만 우리에게 이유는 매우 중요하다. 이론적 토대 없이 단순한 상관관계를 가지고 도출되는 결론은 취약할 수 밖에 없기 때문이다. 상관관계 뒤에 무엇이 있는지 모른다면 마찬가지로 그 상관관계가 무엇때문에 무너지는 지도 모른다. 일단 분석 측면에서 AI와 알고리즘에 대한 호들갑을 약간 줄이는 일부터 시작하자. 숫자는 스스로 말하지 않는다. 금융에서 데이터를 인공지능이 잘 쓸수 있도록 쓸모있게 만드는 일은 보기보다 어렵다. 오늘날 데이터는 더 크고, 빠르고, 저렴해졌다. 그렇다고 해서 함정이 모두 사.......

Wed, 01 Apr 2026 10:24
댓글을 잘 안보는 이유

댓글에 거의 반응하지 않으려고 노력합니다. 유튜브도 주로 제한모드를 걸어놓고 있습니다. (제한 모드로 하면 모든 영상의 댓글이 안보임) 다만 운영중인 유튜브에서는 공감 정도가 커뮤니티 기능을 통해 가능합니다. 이정도가 딱 저에게는 맞습니다. 물론 이유가 있습니다. 다 아는 사실이겠지만 온라인에서는 "이거 완전 틀렸는데요." "그건 님 생각이고요." "근거 있음?" 이런식으로 핵심을 무시하고 지엽적인 부분 하나 잡고 반박을 써놓는 사람이 많습니다. 근거없는 댓글은 당연하고 핵심에 대한 반응이 아니라 사소한 실수 하나 지적하는 경우도 많습니다. 그렇게 우위에 서고 싶은거죠 그걸 접하면 본능.......

ue, 24 Mar 2026 17: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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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mistyfriday (개인/일상) #

여행용 망원 렌즈 탐론 50-400mm F4.5-6.3 화질 테스트, 줌과 화질 두 마리 토끼에 관해. (니콘 Zf) Wed, 26 Aug 2026 15:15
요즘 사진전 추천 <위 아 마틴 파>(서울시립사진미술관, 탐론 17-70mm F2.8) ue, 25 Aug 2026 13:52
베이스어스 BC2 에어쿠션 이어폰 사용 후기 - 가성비 운동 이어폰 Mon, 24 Aug 2026 10:23
보이그랜더 아포-란타 90mm F4 첫 촬영 소감, 예판 소식. (라이카 M10) Wed, 19 Aug 2026 13:28
보이그랜더 아포-란타 90mm F4 클로즈 포커스 - 고화질, 매크로, 휴대성의 조화. Mon, 17 Aug 2026 11:00
매크로 렌즈의 단짝, 기계식 시계 촬영 (탐론 90mm F2.8 매크로, 오메가 문워치) Sun, 16 Aug 2026 11:05
생애 첫 천체 촬영, 스마트 천체 망원경 드워프 미니 사용 후기. (은하수, 직녀성, 달 촬영) Fri, 14 Aug 2026 13:30
이제와서 GR2, 리코 GR2 사용 후기 - 9.이야기는 메모들의 총집합 hu, 13 Aug 2026 13:30
오메가 문워치 오버홀 서비스 후기, 가격 그리고 서비스. Wed, 12 Aug 2026 18:34
여름 사진전 소개 - 경기사진센터와 개관 기념전 (소니 A7R4, 탐론 35-100mm F2.8) Fri, 7 Aug 2026 13:54
이제와서 GR2, 리코 GR2 사용 후기 - 8.함께 여행한 사이 Fri, 31 Jul 2026 13:09
도시 속 숲스테이, 더숲 아카데미하우스 숙박 후기 (탐론 35-100mm F2.8, 소니 A7R4) Wed, 29 Jul 2026 13:52
망원 렌즈로 담은 여름의 낭만 (탐론 70-180mm F2.8 G2, 소니 A7R4a) Sat, 25 Jul 2026 13:49
[아이폰으로 찍는 여행사진] RAW 촬영, 가치가 있을까? Fri, 24 Jul 2026 14: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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먹보 여행 작가의 식당 촬영 팁. 가성비 카메라/렌즈 추천 (소니 A6400, 탐론 17-70mm F2.8) ue, 21 Jul 2026 13:25
스마트폰 사진 강사로 새 커리어를 시작하는 법 (강사 양성 프로그램 소개) Mon, 20 Jul 2026 15:10
이제와서 GR2, 리코 GR2 사용 후기 - 6.길바닥 카메라 Sat, 18 Jul 2026 13:30
연꽃이 한창, 의왕 왕송호수 연꽃 습지 촬영 후기. (탐론 50-400mm F4.5-6.3 VC, 니콘 Zf) Fri, 17 Jul 2026 13:30
[아이폰으로 찍는 여행사진] 2단계로 끝나는 "여행 사진 모드" hu, 16 Jul 2026 13:30
탐론 프리미엄 렌즈 12-20mm F2.8 리뷰 - 1.서드 파티의 반격. Wed, 15 Jul 2026 13:07
이 사진이 마음에 든다면, 카메라 살 필요 없습니다. [아이폰으로 찍는 여행사진] Fri, 10 Jul 2026 13:00
도쿄 여행 사진 결산, 마음에 남는 장면들 (탐론 28-75mm F/2.8 G2, 니콘 Zf) ue, 7 Jul 2026 14:00
탐론의 축복 렌즈, 17-70mm F2.8 VC 사용 후기(캐논 EOS R7) Mon, 6 Jul 2026 13:15
손바닥 속에 펼쳐지는 우주, 스마트 천체 망원경 드워프 미니(DWARF mini) Wed, 1 Jul 2026 13:11
일상 속 접사 모먼트 - 니콘 Zf, 탐론 90mm F2.8 매크로 렌즈 Sun, 28 Jun 2026 13:18
망원 렌즈의 또다른 재주, 접사 촬영 (탐론 70-180mm F2.8 Di III VC VXD G2, 소니 A7R4a) hu, 25 Jun 2026 14:06
탐론의 스테디셀러, 이제 캐논에서도 - 탐론 17-70mm F2.8 Di III-A VC RXD RF(EOS R7) Wed, 24 Jun 2026 14:34
헤이피 W28S 삼각대 사용 후기 - 여행용 삼각대의 조건은? (HEIPI W28S) Sat, 20 Jun 2026 13:07
서울 노을 스팟 용마산 스카이워크 그리고 400mm 망원 렌즈 (니콘 Zf, 탐론 50-400mm F4.5-6.3) hu, 18 Jun 2026 10:16
첫 번째로 가져야 할 렌즈, 탐론 28-75mm F2.8 G2 - 초여름 일상 기록(니콘 Zf) ue, 16 Jun 2026 13:35
더위를 잊고 싶다면 용마산으로 - 용마산 스카이워크 & 용마폭포공원 (탐론 17-70mm F2.8, 소니 A6400) Sun, 14 Jun 2026 10:54
퀘스타일 QCC 동글 프로 - 소리가 다르다, 음감이 즐겁다. (B&W PX8 S2) Wed, 10 Jun 2026 14:00
에르메스 전시 미스터리 앳 더 그룸즈 후기(서울 전시, MYSTERY AT THE GROOMS') ue, 9 Jun 2026 13:54
하이엔드 무선 헤드폰 B&W PX8 S2 맥라렌 에디션(바워스 앤 윌킨스, PX8S2) Mon, 8 Jun 2026 15: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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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Nasica 블로그 (역사) #



5. 바이랄라 - 글쟁이 책쟁이 (책) #

우란푸통 초원의 빛 (10)

호텔 식당에는 근사한 조식 뷔페가 차려져 있지만 그림의 떡이다. 아침에는 음식이 넘어가지 않아 물과 커피만 마시기 때문이다. 그래도 이왕 조식을 먹으러 왔으니 우유와 삶은 달걀을 챙긴다. 유목의 나라 몽골에 아직 발을 들이지 않았는데도 우유가 맛났다. 음료 기계에 ‘커피(咖啡)’라고 쓰여 있는 것을 보고 순간적으로 쾌재를 불렀다. 그러나 ‘커피’의 실체는 뿌옇고 연한 갈색 음료였다. 색깔만큼이나 맛도 어중간했다. 문득 믹스커피 맛은 한국이 세계 최고일 듯싶다는 생각이 스쳐 갔다. 예전에 일본에서 나고 자란 지인이 이렇게 말한 적이 있다. “커피가 아니라 다른 음료라고 생각하면 괜찮은 맛이야.” 사람들은 비교적 시간.......

Sun, 04 Oct 2026 22:18
우란푸통 초원의 빛 (9)

2026년 8월 20일 부산한 소리에 잠을 깼다. 룸메이트들은 벌써 일어나 샤워를 하고 옷을 입고 있다. 두 사람이 주고받는 대화가 현실이라기보다는 연극 같다. 모녀의 대화는 정말이지 한마디도 알아들을 수 없다. 그동안 외운 단어와 익힌 문법이 무용지물이 되어 사방으로 흩어져버린다. 내 몸은 침대에 말 그대로 ‘파묻힌’ 듯하다. 마치 환생이라도 한 듯 온몸이 무겁고 정신이 몽롱하다. 그래도 이불 속에서 꾸물대는 낙(樂)을 바로 포기한다. 미적대는 잠결의 손길을 뿌리치고 벌떡 몸을 일으켰다. 아침 여섯 시, “자오안(早安)!” 모녀가 아침 인사를 받아준다. “자오안(早安)!” 가이드가 내게 노부인과 산책을 나가라고 권한다. 칠십.......

Fri, 02 Oct 2026 11:34
우란푸통 초원의 빛 (8)

청더의 호텔 방은 깨끗하고 널찍했다. 하얀 시트, 하얀 이불, 하얀 베갯잇…… 타불라 라사(Tabula Rasa)가 여기 있다. 두꺼운 커튼이 잘 갈무리해주는 어둠 속에서도 잠이 오지 않는다. 이른 새벽부터 움직였으면 당연히 깊은 잠에 곯아떨어져야 하지만, 언제부터인가 잠은 걸핏하면 초대를 무시하는 못된 손님이 되어버렸다. 성질을 누르고 고이 모시려고 해도 제멋대로 왔다가 제멋대로 가버린다. 가이드 모녀의 코골이 소리가 부러웠다. 처음에는 얌전하고 무난하게 베이징(北京)을 다녀오자고 마음먹었다. 말도 제대로 못 알아듣는데 혼자 단체관광에 섞여 길을 떠난다고? 두 시간짜리 영화나 전시 보기도 힘들어하면서 내몽골까지 버스를 타.......

Wed, 30 Sep 2026 14:31
우란푸통 초원의 빛 (7)

철커덕, 모녀가 가방을 챙겨 나갔다. 넓은 호텔 방 침대 위에 다리를 뻗고 몸을 폈다. 새벽 다섯 시 반 출발 이후 열네 시간 만에 혼자 있는 시간…… 한 손으로 지엔빙 봉지를 들고, 한 손으로 지엔빙을 뜯어 먹었다. 옥수숫가루로 만든 지엔빙은 구수하고 담백하고 바삭바삭하다. 휑뎅그렁함과 맹물 한 모금으로 목을 축인다. 북방의 맛이라고 멋대로 규정한다. 청더원자가일주점(承德院子假日酒店) 호텔…… ‘청더 마당에서 휴가를 보내는 호텔’일까. 중국어는 말이든 글자든, 들리는 족족 보이는 족족, 풀이하고 외우고 싶다. 소리를 하나하나 모조리 분절(分節)해서 똑똑히 알아듣고 싶다. 호텔 앞마당에 나가 별도 달도 없는 무심한 하늘.......

ue, 29 Sep 2026 12:29
우란푸통 초원의 빛 (6)

일곱 시 십 분, 해가 넘어가고 어둑해지자 첫날의 길이 멈추었다. 휑하게 뚫린 공터, 배산(背山)의 거리…… 호텔 혼자 빛을 내뿜으며 우뚝 서 있다. 주변에 인공물이라고는 주차장에 세워둔 관광버스 네댓 대뿐이다. 떠나기 전에 가이드, 가이드의 모친과 함께 방을 쓴다고 Z가 말해주었다. 호텔 방으로 들어갔더니 침대가 둘이다. ‘매화와 글’ 가이드는 어느 쪽 침대를 쓰겠느냐고 묻는다. 그녀는 나한테 제제(언니, 姐姐)라고 부른다. 나는 그녀를 똬요우(가이드, 导游)라고 부른다. 나는 그녀의 엄마를 뭐라고 불러야 할지 모른다. 로비에서 일을 마치고 온 그녀가 저녁 일정을 설명해준다. (그렇게 알아듣는다.) 방에서 쉬어도 좋고 산책.......

Fri, 25 Sep 2026 16:43
우란푸통 초원의 빛 (5)

점심시간은 12시 15분부터 30분간 주어졌다. 사람들이 주섬주섬 버스에 올라탔고 버스는 1시에 출발했다. 늦어진 십여 분은 인지상정을 담아내기에 적절한 길이다. 중국의 고속도로는 한국과 다르지 않아 보인다. 앞으로 빠르게 달리는 자동차를 주인으로 모시는 길이다. 자동차는 내게도 주인이다. 제발 무사히 초원에 데려다 달라고 간청해야 한다. 세 시간을 달리고 다시 휴게소에 들렀다. 공간은 자동차가 점유해도 시간은 인간 신체의 생리에 따른다. 고속도로의 시공간은 공평하고 정연하다. 저녁 다섯 시, 드디어 첫 관광지에 도착했다. 청더(承德)라는 도시! 버스에서 내렸더니 여기저기 마음껏 둘러보고 오라고 한다. (그렇게 말했다고.......

Wed, 23 Sep 2026 15:52
우란푸통 초원의 빛 (4)

긴장한 탓에 감각이 예민해지고 촉각이 곤두서 있다. 머릿속은 온갖 낯선 정보의 과잉 유입으로 무질서하기 짝이 없다. 두통이 생기려는지 뒷골이 뻐근하고 배도 고프지 않다. 왕만두를 하나 들고 음식 먹는 휴게실 같은 곳으로 갔다. 그곳에는 이미 다른 사람들이 휩쓸고 간 흔적이 질펀하게 널려 있었다. 일회용 음식 용기, 비닐봉지와 포장지, 흥건하게 남겨진 음식 등등…… 인구 5천 만인 나라에서 온 나는 새삼 14억이라는 숫자를 새긴다. 고대 인류는 패총을 남겼지만 조개는 멸종하지 않았다. 현대 인류는 무엇을 남기고 무엇을 멸종시킬까…… 점심으로는 찐만두 딱 한 개가 딱 좋았다. 게다가 맛있었다. 다른 사람들은 뭘 먹었을까? 정.......

Mon, 21 Sep 2026 12:06
우란푸통 초원의 빛 (3)

11시 25분 휴게소에 들렀다. 40분까지 버스로 오라고 한다. 그러면 점심은? 궁금해도 딱히 묻지 못한다. 12시 15분 다른 휴게소(轻纺服务区)에 내려준다. 큼직한 찐만두(大包) 하나를 먹었다. 중국어를 거의 못 알아듣지 못한다. 그래도 드문드문 한두 단어쯤 알아들을 때가 있다. 정 궁금하면 가이드에게 따로 묻는데 대개는 여의찮다. 언제나 다시 물을 수는 없는 노릇이다. 가이드도 따로 내게 일일이 설명하지 않는다. 그런 성격인 듯하다. 말 걸기는 또 다른 모험이다. 아무도 내게 말 걸지 않는다. 가이드의 이름은 매화와 글이다. 아름다운 이름이다. 매화와 글 가이드는 열심히 일하는 튼튼한 중년 여성이다. 가이드는 늘 다른 사람과 이.......

hu, 17 Sep 2026 10:40
우란푸통 초원의 빛 (2)

7번, 내 자리는 창가 쪽이었다. 짐칸에는 빼곡하게 짐이 올라갔다. 가족 단위로 떠나는 중국 여행객들은 먹을 것을 말 그대로 ‘잔뜩’ 마련해왔다. 과일이 한 가방, 과자와 음료가 한 가방, 빵과 지엔빙이 한 가방, 삶은 달걀과 옥수수가 한 가방……, 머리 위 짐칸은 꽉꽉 채워졌다. 난 먹을 것을 하나도 준비하지 못했다. 중국 음식이 입에 맞지 않을지도 모르니까 먹을 것을 따로 준비하라는 말은 전해 들었지만 흘려들었다. 집 떠난 나그네는 타국의 단체여행에 몸만 얹을 뿐, 다른 준비에는 힘이 미치지 못한다. 7시 반 고속도로 휴게소에 버스가 섰다. 버스를 찾지 못하는 일이 없도록 단단히 버스 외양을 외워 두고 화장실에 다녀왔다. 달.......

hu, 10 Sep 2026 00:15
우란푸통 초원의 빛 (1)

8월 19일 날은 맑았다. 택시 안에서 날이 밝아오는 것이 보였다. 빛이 어둠을 밀어냈다. 이곳은 산둥성 르자오시(日照市), 해가 제일 먼저 뜬다고 한다. 5시 10분 르자오시 시청 앞에 도착하니 버스가 줄지어 서 있다. 나를 태워야 할 버스를 찾아 Z는 휴대전화를 귀에 대고 분주하게 왔다 갔다 한다. 버스에 태우자마자 Z는 곧 집으로 돌아갔다. 중국 국내 여행사의 단체 관광을 신청해 내몽골로 떠난다. 혼자다. 중국어를 겨우 몇 마디 할 줄은 아는데 거의 알아듣지 못한다. 일본에 처음 갔을 때 하토 버스를 타고 당일 여정으로 니코(日光)에 간 적이 있다. 하토 버스는 일본 국내 여행사가 운영하는 단체 관광 상품의 이름이다. 나는 그때 일.......

Mon, 07 Sep 2026 11:25
가네코 미스즈(金子みすゞ) <내가 쓸쓸할 때>

내가 쓸쓸할 때 ****1903년에 태어나 1930년에 친권을 둘러싸고 스스로 목숨을 끊은 가네코 미스즈의 작품을 일본어로 읽는 모임을 열었다. 내게는 무척 유명한 시인인데 주위에는 거의 알려지지 않은 듯, 아쉽게도 작은 모임으로 마무리했다. 참으로 아쉬웠다. 일찍이 일본에 거주하는 동안 나는 <明るいほうへ明るいほうへ - 童謡詩人金子みすゞ>라는 드라마를 통해 이 시인의 존재를 알았다. 메이지 시대 말기 여성 시인의 인생은 이혼의 자유도 없고 이혼을 하더라도 친권을 얻을 수 없는 비극으로 가득 차 있었다. 그렇지만 비극적 숙명을 뛰어넘으려는 듯 그녀가 남긴 동요의 면면은 한없이 맑고 투명했다. 따뜻하다가도 냉소에 넘치.......

Fri, 04 Sep 2026 20:33
[번역가의 잡담놀이] <돈가스의 탄생>을 읽습니다!

안녕하세요. 2026년 9월에는 메이지 시대의 역사를 재미있게 풀어낸 책을 읽어봅니다. 돈가스의 탄생 오카다 데쓰2006뿌리와이파리 생각해보면 한 달에 적어도 한 번은 돈가스를 먹는 것 같습니다. 일본 음식이기는 해도 한국 음식으로도 정착한 이 음식은 어떻게 탄생했을까요? 메이지 시대에 서양 문화의 유입과 더불어 갈등과 조화 과정을 통해 탄생한 일본의 대표 메뉴 돈가스! 불교의 영향으로 고기를 먹지 않던 전근대 일본은 서양과 어깨를 견주기 위해 단행한 식문화 개혁의 상징물 돈가스! 돈가스는 저절로 우연히 생겨난 먹을거리가 아닙니다. 돈가스는 근대 문명을 받아들여 강성한 국가를 꿈꾸던 일본이 어떻게 일상의 서구화를 일구.......

hu, 27 Aug 2026 10:02
고병권 <철학자와 하녀>

***작년 2월에 산둥성의 어느 호텔에서 읽었는데, 시간이 이렇게 살같이 흘러갔다. 부제는 ‘하루하루를 살아가는 마이너리티의 철학’이고, 제목은 최초의 철학자 탈레스가 별을 관찰하다 우물에 빠지는 광경을 트라키아 출신의 총명한 하녀가 비웃었다는 일화에서 가져왔다. 이 책의 기획 의도에 적절한 제목인지는 잘 모르겠으나 옛날 관련 기사를 찾아보니 책 내용에 관한 이야기는 없고 다 제목 풀이에만 매달려 있다. 제목 붙이기는 성공한 듯하다. 철학자의 에세이는 ‘철학’ 때문에 내게 특별하다. 신축 건물이 늘어서고 8차선 도로가 뚫려 있고 거리에 인적이 드물었던 소도시(그래도 인구 약 300만), 그곳 호텔 방에 머물며 읽기에 적.......

hu, 30 Jul 2026 11:08
오드 아르네 베스타(Odd Arne Westad) <제국과 의로운 민족>

**이 책의 부제는 ‘한중 관계 600년사_하버드대 라이샤워 강연’이다. 출판사의 설명에 따르면 ‘제국’, ‘민족’, ‘의로움’을 핵심 개념으로 역사상의 분기점이었던 14세기 원-명 교체와 조선이 사대를 통해 ‘독립’를 지켜온 관계를 개관한다. 한국은 왜 항상 독자적 국가로 유지되었고, 한국이 제국 바깥에서 정체성을 지킨 이유가 무엇이냐는 질문은 매우 흥미로운데, 솔직히 말하면 정작 궁금증을 해소할 만한 답변은 얻지 못했다. 특히 이 책에 나오는 ‘의롭다’는 말은 유교의 ‘의(義)’를 가리키는데, 어떤 의미를 띠며 현실에 작용했는지 명확하게 다가오지 않았다. 상품만이 아니라 사상도 넘나들었다. 조선 사절단은 북경에 올.......

ue, 28 Jul 2026 00:04
펑수화(彭素華) <할머니들의 비키니 여행>

***우연히 도서관 서가에서 뽑아 들었다가 뜻밖에도 대만 작가의 작품이기에 한숨에 읽어버렸다. 소녀가 할머니 네 명과 여행에 나서는데, 이 여행이 가정생활에 얽매여 살던 할머니들의 첫 가출이라는 설정이다. 대만도 어지간히 고루한 가부장제 사회인가 싶다. 또한 첫사랑을 찾아가는 한 할머니의 에피소드에는 원주민과 중국인(?) 사이에 놓인 역사도 가로놓여 있었다. 어느 사회든 집단 사이의 갈등에는 대부분 혼사 장애가 필수적이다. 그런데 후반부에 가면 이 작품의 중심 주제가 ‘유방암’ 또는 여성의 삶이라는 것이 드러난다. 사춘기 소녀의 가슴과 노년 여성의 가슴이 부딪치고 감싸 안는다. 이 작품은 굳이 말하자면 청소년 문학.......

Mon, 27 Jul 2026 22:56
최실 <지니의 퍼즐>

****올해 7월 <번역가의 잡담놀이> 독서모임에서 읽기로 했을 때는 청소년문학 작품이라는 점에서 일종의 선입견이 작용하기도 했는데, 정작 작품을 다 읽고 나서는 재일조선인의 정체성이라는 문제틀이 새 국면으로 접어들었음을 똑똑하게 깨달았다. 실로 이 작품은 재일조선인 역사의 새 국면을 제시함으로써 신선하고도 폭넓은 시야를 제시해주었다. 과연 일본에서 삼대 문학상을 석권하며 절찬을 받았다는 사실이 명불허전으로 드러났다(제59회 군조(群像)신인문학상, 제33회 오다사쿠노스케상(織田作之助賞), 제155회 아쿠타가와상(芥川龍之介賞) 후보). 이 독서모임의 후기에는 “‘청소년의 시선’으로 ‘경계인의 현실’을 매우 박.......

Wed, 22 Jul 2026 14:23
비오리카 마리안(Viorica Marian) <언어는 어떻게 인간을 바꾸는가(The Power of Language)>

***<번역가의 잡담놀이> 모임에서 이 책을 읽었다. 『언어의 본질』과 겹치는 이론과 실험이 눈에 띄기에 살펴보니, 노스웨스턴대학이라는 공통점이 있었다. 아마도 비슷한 시기에 일리노이주에 있는 같은 대학에서 거의 동시기에 당대 학설을 배우고 연구를 진행한 듯하다. 저자는 주로 이중언어 또는 다중언어의 필요성과 유효성을 주로 언술한다. 그러나 이를테면 세계적으로 이름을 떨친 한국의 조기 영어교육 열풍에 어떻게 찬성만 할 수 있을까. 영어만 강요하는 영어 유치원은 확실히 폭력적이며 어린아이의 자기표현과 자기실현을 억압하고 있다. 이 책은 다중언어 교육의 긍정성을 강조한다. 당연하게도 열심히 책을 읽고(활자와.......

Mon, 22 Jun 2026 01:35
올리버 다크셔(Oliver Darkshire) <기묘한 골동품 서점>

***‘서점’이면 서점이지 ‘골동품 서점’이 뭘까 호기심에 집어 들기는 했는데, 파는 물건과 잡동사니가 가득 쌓여 있고, 먼지가 풀풀 날리며 물이 새기도 하고, 있는지도 모르던 밀실을 발견하기도 하는 등 그야말로 정신 사납고 큼큼한 미로 같은 서점의 모습으로 가득 차 있는 책이었다. 어쩐지 영국이니까 이런 곳이 있는가 싶기도 하다. 이 서점은 영국 요크에서 1761년에 설립해 현재 런던 새크빌스트리트에 있는 헨리 소서런이라는 실존하는 공간이다. 실은 이 서점의 매출이 어떻게 나고 어떻게 흑자 운영이 되는지 가장 궁금했으나 그런 정보는 책에 나오지 않았다. 몇백 년 지난 건물에 자리 잡고 월세를 내며 버티고 있는 골동품 서.......

Sun, 21 Jun 2026 20:09
강영주, 박석무(편저) <홍명희 · 정인보 : 조선적인 것의 재구성>

****『임꺽정』의 작가로서 유명한 홍명희는 내게 ‘민중문학’이라는 범주 안에 있었고, 학창 시절에 『임꺽정』을 독파한 바 있으므로 어느 정도 안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이 책에 실린 글을 읽고 깜짝 놀랐다. 홍명희는 내가 어렴풋이 품고 있던 인상보다도 훨씬 더 깨어 있는 이상적인 지식인이었고, 격세지감을 비웃듯 시대 격차가 전혀 느껴지지 않는 사고방식의 소유자였다. 세계를 향해 열려 있는 정신으로 에스페란토어를 배웠고, 성별의 관념이나 출산과 피임에 관한 견해도 진보적이다. 특히 이태준과 나눈 대담은 솔직하고 투박한 성격을 엿보여 웃음을 자아내었다. 한편, 정인보는 옛날에 배운 시조로 기억하는 작가였는데, 이렇게.......

Fri, 15 May 2026 23:08
궈창성(郭強生) <피아노 조율사(尋琴者)>

****피아노라는 단어를 보고 무턱대고 손에 든 책이었는데, 전혀 예상 밖으로 금시초문이었던 이 타이완 작가의 이 작품을 읽고 무척이나 감동을 받았다(원제는 ‘피아노를 찾아서 떠나는 사람’이라는 뜻이다). 안정적인 구도와 섬세한 서술이 돋보이는 가운데, 비극적인 운명, 복잡한 애정의 궤적을 통해 인생의 깊이를 들여다보는 작품이었다. 「추천의 말」에는 금나라 시인 원호문(元好問, 1190~1257)의 『모어아(摸魚兒) 안구사(雁丘詞)』의 구절이 나온다. “세상에 묻노니 정이란 대체 무엇이기에 삶과 죽음을 서로 허락하는가?(問人間 情是何物 直敎生死相許)” 결국 정(情)은 허우적거릴 수밖에 없는 깊은 심연이요, 유정물 중에서도 특.......

Fri, 08 May 2026 21:36
미야베 미유키(宮部みゆき) <인내 상자(堪忍箱)>

***에도 시대를 배경으로 미야베 미유키가 엮어낸 미스터리 단편집이다. 출판사에서는 ‘미니 픽션 시리즈’라고 부르는데 정확한 뜻은 모르겠다. 표제작 「인내 상자」는 화재를 통해 집안의 불경한 핏줄이 밝혀지는 비극이었고, 「유괴」는 유괴해 달라는 주인집 아이를 통해 부모의 정에 얽힌 어려움이 전해졌다. 「도피」는 주군에게 명이 달린 사무라이의 애환이 느껴졌고, 「무덤까지」는 평범함으로 가장한 잔혹함을 드러내는 예리함이 있었으며, 「음모」에는 갑작스러운 죽음으로 살인을 피하는 운명의 장난 같은 절묘한 우연의 힘이 기억에 남는다. 꽤 예전에 읽었는데도 이만큼 인상에 남는 작품을 썼다는 것은 역시 미야베 미유키의.......

hu, 07 May 2026 20:55
김현경 <사람, 장소, 환대>

***1)“사람이라는 것은 어떤 보이지 않는 공동체―도덕적 공동체― 안에서 성원권을 갖는다는 뜻이다. 즉 사람임은 일종의 자격이며, 타인의 인정을 필요로 한다. 이것이 사람과 인간의 다른 점이다. [중략] 인간이라는 것은 자연적 사실의 문제이지 사회적 인정의 문제가 아니다.” --내가 알고 있는 ‘사람’과 ‘인간’의 내포와 상반한다. 2)“한 사람이 자기 집 문을 두드리는 모든 사람을 들어오게 하여 먹요주고 재워주는 것은 가능하지 않다. 하지만 한 사회가 그 사회에 ‘도착한’ 모든 낯선 존재들을 ―새로 태어난 아기들과 국경을 넘어온 이주자들을―조건 없이 환대하는 것은 얼마든지 가능하다. --듣기 좋은 말이기는 한데 과연.......

Mon, 04 May 2026 02:00
다무라 도시코(田村俊子) <포락의 형벌>

***다무라 도시코의 또 다른 작품집이다. 여기에는 「생혈(生血)」, 「미라의 입술연지(木乃伊の口紅)」, 「포락의 형벌(炮烙の刑)」, 「그녀의 생활(彼女の生活)」, 「파괴하기 전(破壞する前)」, 「산길(山道)」, 「미약한 권력(微弱な權力)」이 실려 있다. 『미이라의 립스틱』과 마찬가지로 사회적 인습을 거부하고 주체성을 찾아가는 독립적이고 자유분방한 신여성의 모습이 생생하게 담겨 있다. 본래 포락지형(炮烙之刑)은 은(殷)나라 주왕(紂王)이 내리던 매우 심한 형벌로서 죄인이 숯불 위에 걸쳐 놓은 기름칠한 구리 기둥 위를 걸어가는 극형이다. 그런데 이것이 일부일처제 즉 결혼한 여성이 다른 남자를 사랑해서는 안 된다는 규율을.......

Sun, 03 May 2026 15:20
정규진 <변화를 기회로 만드는 AI力>

**뜻하지 않게 지인의 소개로 이 책을 읽었다. 비즈니스 업계와 관련해서는 ppt presentation 같은 것을 해본 적도 없고 무지하다고 할 만한 상태지만, AI가 워낙 뜨거운 화제인 만큼 이해가 부족해도 참고 끝까지 읽어보았다. 저자는 국내 주요 기업의 혁신 컨설팅을 26년 동안이나 수행했다고 한다. 가히 아이디어가 넘치는 책이었고, 특히 현장에서 직접 활용한 실전 프롬프트를 자료로 풍부하게 실어놓았다. 요는 AI를 단순한 도구가 아니라 인간 능력을 함양하는 ‘실시간 협업 파트너’로 대할 때 비로소 역량이 폭발적으로 확장된다는 데 있었고, 이러한 기본 자세를 바탕으로 AI 시대에 무엇이 중요한지 짚어주는 취지를 살펴보는 데 의.......

Mon, 13 Apr 2026 11:28
백신애(白信愛) <나의 시베리아 방랑기>

***백신애는 1908년 영천에서 출생했다. 김유정, 유치환, 김정한, 임화, 그리고 시몬느 드 보부아르와 동갑이다. 오빠의 영향으로 사회주의에 기울었던 것 같고, 여성동우회, 여자청년동맹 같은 조직에 가입해 활동했다. 그러다가 돌연 블라디보스토크로 밀항을 시도해 시베리아를 여행하고 돌아왔다. 1929년 신춘문예를 통해 등단한 최초의 여성작가가 되었고, 이듬해에 니혼대학 예술과에 적을 두었다. 1932년 귀국하고 결혼했으나 이혼했다. 「꺼래이」와 「적빈(赤貧)」(1934) 같은 여성 리얼리즘을 확보한 작품을 써냈으나 안타깝게도 1936년 췌장암으로 요절했다. 난 여행기를 기대하고 이 책을 읽었다. 그러나 이 책은 여러 지면에 기고한.......

Sun, 12 Apr 2026 00:43
슈테판 츠바이크(Stefan Zweig) <과거로의 여행>

****슈테판 츠바이크는 1915년 노벨 문학상 수상자인 그의 친구 로맹 롤랑과 함께 평화주의를 접하고 난 이후, 평생 평화주의를 주장하며 유럽 통합을 지지했다. 하지만 무엇보다도 그는 히틀러를 피해 대서양을 건너 미국, 브라질로 떠났으나 전쟁과 나치즘 때문에 인류와 미래에 절망하고는 결국 1942년 자포자기의 심정을 노트에 적은 뒤 부인과 함께 약물 과다로 생을 마감했다는 최후가 가장 기억에 남는다. 이 책에는 노벨레 두 편을 실었는데, 남녀관계를 중심으로 성애와 에로티시즘을 다룬 두 작품은 과연 슈테판 츠바이크답게 심리 묘사와 서사적 구성이 뛰어났다. 정독해놓을 만한 작가다. 그는 스스로 변하지 않았다고 생각했지만, 이.......

Sat, 11 Apr 2026 01:18
다무라 도시코(田村俊子) <미이라의 립스틱>

***제2의 히구치 이치요라고 일컬어지는 다무라 도시코는 정결하고 담담한 히구치 이치요와 달리 감정의 핵을 붙들어 철저히 파고드는 집요함과 끈끈함을 보여준다. 그녀는 ‘신여성’으로서 굵직한 염문과 유별난 연애 사건을 일으켰고, 작가뿐 아니라 배우, 여성운동가, 매체 발행인 등으로도 활동한 정력가이기도 하다. 특히 문학사적으로는 일본의 사소설 전통을 개척한 여성작가라고 볼 수도 있을 것 같다. 이미 100년도 전에 예술에 투신하려는 여성의 고난, 결혼과 연애를 둘러싼 억압과 모순, 사랑을 둘러싼 개방적 태도 등 현재도 변함없이 남녀관계 문제의 본질을 이루는 이념과 현실을 핍진하게 그려냈는데, 조금도 진부하거나 상투적.......

Fri, 10 Apr 2026 00:36
김명임 외 <그 많던 신여성은 어디로 갔을까>

***신여성에 관한 자료를 통해 100여 년 전 근대 진입과 더불어 여성을 둘러싼 환경과 일상의 풍경 변화를 그려낸 책이다. 여기에는 신여성을 향한 비난과 질시, 폄하의 시선이 얼마나 격심했는지와 동시에 신여성 자신이 억압적 담론에 굴복할 수밖에 없었던 주체의 시대적 한계도 잘 나타나 있다. 책 제목처럼 일거에 세상을 풍미하는 듯한 신여성은 제자리를 찾지 못하고 가정으로 돌아가거나 거리에서 사라져갔다. 아니, 실제적 의미로 거리에서 죽어갔다. 나혜석도 그렇고 다무라 도시코도 그랬다. 나는 그들이 처참하게 죽어간 자리에 또 다른 죽음이 이어졌다는 것을 잘 알고 있다. 집의 안채에 갇혀 바깥출입이 자유롭지 못했을 뿐 아니.......

hu, 09 Apr 2026 13:32
혼다 데쓰야 <스트로베리 나이트>

***인터넷 연결은 확실히 독서를 방해한다. 인터넷을 끊고 오락소설을 읽었다. 처음에는 경찰서 내부에서 벌어지는 계급 갈등과 파벌주의가 얽힌 격심한 경쟁 양상이 흥미로웠으나 뒤로 갈수록 탈사회성이 두드러지는 바람에 흥미를 잃었다. ‘스트로베리 나이트’라는 살인 쇼를 설정한 것을 보고 독서의 긴장이 툭 끊어지면서 실망이 몰려왔다. ‘쇼’는 보여주기를 위한 행위이고, ‘왜’가 없는 ‘보여주기’에는 별로 맥락이 필요하지 않은 법이니까 말이다. 과연 살인 쇼를 포착해 연쇄 살인 사건의 단서가 풀리기 시작하는 대목부터 ‘설정’만 난무하는 느낌이었지만, 그래도 이야기를 끌어나가는 필력만은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 결국 문.......

Sat, 04 Apr 2026 16:17
리하르트 바그너(Richard Wagner) <베토벤(Ludwig Van Beethoven)>

***이 책은 ‘거장이 만난 거장’이라는 시리즈로서 바그너가 베토벤을 논의했다. 우선 바그너의 필력에 놀랐고, 베토벤을 숭상하는 바그너의 마음에 놀랐다. 특히 바그너가 먼 길을 떠나 베토벤을 만나는 소설작품이 가장 인상적이었다. 숭고해야 할 여정을 방해하는 인물을 만나 고전하는 주인공(바그너)의 모습이 우스꽝스러우면서도 진지하게 다가왔다. 누군가를 진정으로 존경하는 사람은 자기가 숭배하는 대상을 만나기 위해 반드시 먼 길을 떠나야 한다. 그래야 자기가 인생의 어디쯤 도달해 있는지 깨달을 수 있고 앞으로 나아갈 수 있다고 믿는다. 나도 베토벤을 만나러 떠나야 할 것 같다. 그 무렵의 모차르트는 자기 내면의 천재성이.......

Sun, 22 Mar 2026 20:02
메이지 시대의 여성 작가 다무라 도시코의 작품을 읽습니다.

[일본 근대문학 : 메이지 시대의 여성 작가] 2026년 3월 다무라 도시코 : 네이버 카페 2026년 3월 31일(화) 19:00 일본 근대문학 여성작가 읽기 모임을 엽니다. 히구치 이치요에 이어 다무라 도시코의 작품을 읽습니다.

Sun, 15 Mar 2026 15:53
도야 히로시(戸谷洋志) <온라인과 오프라인 사이에서 철학하다>

***저자 도야 히로시는 젊은 철학자로서 2015년 「인류의 존속에 대한 책임과 ‘신의 닮은꼴’ : 책임 윤리의 기초를 세우는 요나스를 둘러싸고(人類の存続への責任と「神の似姿」:ヨーナスの責任倫理の基礎付けをめぐって)」, 「원자력을 둘러싼 철학: 독일 현대사상을 중심으로(原子力をめぐる哲学:ドイツ現代思想を中心に)」 같은 논문으로 수상하고, 2021년『원자력의 철학(原子力の哲学)』으로 에너지포럼상을 수상했다고 한다. 리쓰메이칸대학 사람이다. 이 책의 원제는 『SNS의 철학: 리얼과 온라인 사이(SNSの哲学:リアルとオンラインのあいだ)』이고 ‘사이에서 생각하기(あいだで考える)’ 시리즈 중 하나인데, 이 책은 철학자들의.......

Sun, 15 Mar 2026 15:47
신간 <언어의 본질> 간행!

Wed, 11 Mar 2026 15:30
스즈키 유이(鈴木結生) <괴테는 모든 것을 말했다>

****오가와 요코의 평처럼 이 작품은 언어가 주역을 맡고 있어 매력적이다. 마음껏 언어 유희를 즐기는 작가의 기질이 흡족하다. 스마트폰(スマートフォン) 또는 스마호(スマホ)라고 통용하는 어휘를 스마호(済補)라는 한자어로 바꾼 것은 장안의 화제다. 그래서 나도 ‘手摩透混’이라고 장난을 좀 쳐보았다. 특히 와타나베 가즈오와 오에 겐자부로의 사제지간에 슬쩍 소설 속 인물인 마나부를 끼어넣는 등 틀림없이 지어냈으리라 여겨지는데 실은 실제 있었던 일을 끌어들여 그럴듯하게 팩트를 픽션화해낸 점이 특출했다. “Die Liebe verwirrt nicht alles, sondern vermischt es.” 도이치는 눈앞에 있는 괴테의 명언을 독일어로 직역해 시험.......

hu, 19 Feb 2026 15:39
천쓰홍(陳思宏) <귀신들의 땅(鬼地方)>

***타이완에서 음력 7월은 ‘귀신들의 달’이라고 한다. 특히 7월 15일 중원절은 귀문이 활짝 열려 귀신들이 대거 출몰하는 날이기 때문에 풍성한 제사상을 차려 혼귀를 달랜다고 한다. 이 소설의 화자인 텐홍은 가족과 나라를 떠나 독일에서 새 삶을 꿈꾸었으나 살인죄로 복역하고 타이완으로 돌아온다. 천씨 가족은 각기 폭력과 억압 아래 힘겹게 삶을 꾸려왔는데, 이들의 사연이 타이완의 현대사, 즉 1987년까지 장제스 일가와 국민당의 일당 독재 아래 시달려야 했다는 당대 현실과 어떻게 연관되어 있는지 명확하게 알지 못한다는 사실이 안타까웠다. 타이완 문학계에는 성소수자의 이야기를 담은 ‘동지(同志) 문학’이라는 말이 존재한다.......

Sun, 15 Feb 2026 14:30
홍한별 <아무튼, 사전>

***‘아무튼’ 시리즈 기획은 독특하고 눈에 띈다. ‘아무튼’이라는 부사를 내걸어 개성이 강한 글을 선보인다는 아이디어가 꽤 괜찮은 것 같다. 이 책은 그중 하나인데, 번역하는 사람의 언어 감각 엿보기는 언제나 재미있다. 번역에 대한 문제 제기도 의미 있지만 역시 잡학에 속하는 언어 지식이 훨씬 흥미롭다. 책 구성이 널널한 편이라 아쉬움도 있었지만, 부제 ‘우리에게는 더 많은 단어가 필요하다’를 비롯해 재미있게 읽을 수 있는 책이다. 그런데 ‘한심하다’를 기억해내면서 ‘What a loser’나 ‘I feel foolish’를 번역할 때 뭔가 적당한 말이 생각 안 나고 어떻게 번역해도 조금 아쉬웠던 게 떠올랐다. 그 자리에 딱 넣을 수 있.......

Fri, 13 Feb 2026 17:32
<언어의 본질>을 읽습니다

[번역가의 잡담놀이] 따끈한 신간 <언어의 본질>을 옮긴이와 함께 읽습니다 : 네이버 카페 안녕하세요. 읽고 싶은 인문서를 내고 있는 아르테에서 신간이 나왔어요. 이름하여 <언어의 본질>!!! 제목만 들으면 좀 딱딱하고 학술적으로 느껴지겠지만, 음... 실은 좀 딱딱하고 학술적인 내용은 틀림없는데, 그렇다고 딱딱하고 학술적이기만 하지는 않답니다. 이 책은 언어의 기원과 진화를 이야기합니다. 열쇠는 바로 의성의태어입니다. 평소에 외국어의 특징이나 문법, 또는 글쓰기의 문장 같은 이야기는 흔히 나누어도, 의성의태어 이야기는 잘 들어보지 못했을 겁니다. 일본어와 한국어는 의성의태어가 풍부하게 발달한 언어입니다. .......

hu, 12 Feb 2026 13:08
히구치 이치요(樋口一葉) <치열하게 피는 꽃>

치열하게 피는 꽃 이치요 | 히구치 이치요 | 알라딘 ***스물세 살에 요절한 히구치 이치요는 일기를 40권 남짓이나 남겼다고 한다. 일기를 읽어보면 젊은 여성의 답답하고 고통스러운 심정을 담담하게(!) 써 내려갔으나 문장 밑으로는 슬픔과 아픔과 절망과 아울러 의지와 결기가 격류처럼 흘러가고 있다. 외유내강의 성정이 훤히 들여다보이는 듯하다. 개인의 능력으로는 어찌할 수 없는 거대한 압력에 굴종하지 않고 고난을 헤쳐 나가려는 모습이 눈물겹다. ‘힘없는 여성’이라는 탄식의 한마디가 어떤 구호나 외침보다 더 진하게 남는다. 책상에 턱을 괴고 앉아 곰곰이 생각해보니 어차피 나는 힘없는 여자에 지나지 않는다. 여러 가지 일들.......

hu, 12 Feb 2026 00:26
류이치 사카모토 <나는 앞으로 몇 번의 보름달을 볼 수 있을까>

***이 책의 제목은 죽음을 앞둔 사람의 독백이기에 묘하게 절망적이면서도 아련한 감성을 넘나든다. 언제부터인가 나는 ‘마지막’을 늘 의식하려고 한다. 류이치 사카모토는 워낙 이름 있는 아티스트인 만큼 세계적인 규모로 활동하는 사람이라는 것을 뚜렷하게 실감할 수 있었다. 처음에는 음악가이자 영화배우라는 점도 신선했는데, 과연 비상하게 유명한 뮤지션, 영화감독, 학자와 평론가 등과 인연을 맺으면서 평생을 살았구나 싶다. 그러한 인생은 타고나는 것이 아닐까. 화려하게 보이는 것도 사실이지만 누구에게나 인생의 무게는 비슷할 수도 있겠다. 그러니까 지금 이 순간, 오늘이 늘 마지막이다. (‘파트너’라는 번역어가 몹시 거슬.......

Wed, 11 Feb 2026 20:10
한강 <바람이 분다, 가라>

**어쩐지 이해하거나 수긍하기 어려운 인간의 어두운 내면이 한순간도 비움 없이 꽉 차 있는 것 같다. 한강 소설은 쉽게 읽어내기 어렵다는 인상을 받았는데, 이 작품도 그러했다. 사랑하는 관계는 이미 절대성을 띠고 주어진다. 그 관계 안에 삶과 죽음이 가로지른다. 그래서 사랑하는 관계의 진실을 추적하는 일에 의혹이나 질투가 끼어들기는 해도 파고들지는 못한다. 그렇게 설정되어 있다. 그뿐이다. 그러니까, E=mc²이란 말은…… 비어 있다고 해서 그게 정말 비어 있는 게 아니고, 에너지로 가득 차 있는 거지. 네가 말한 건 에너지가 곧 물질이라는 등식이니까. 수증기가 비어 있는 것처럼 보이지만, 기온이 내려가면 물이 되고 얼.......

Sun, 08 Feb 2026 00:04
히구치 이치요(樋口一葉) 외 <발칙한 그녀들>

***일본 근대 여성 작가 일곱 명이 19세기 말에서 20세기 초에 발표된 작품들을 모았다. 봉건사회에서 근대사회로 넘어가는 시기에 옛 제도와 가치관의 질곡을 섬세한 시선으로 짚어낸다. 특히 근대소설이라는 장르가 아직 확고하게 성립하지 않은 시대에 소설에 관해 탐구하고 모색했다는 사실을 잊을 수 없다. 또한 여러 제약과 모순에 얽매인 여성의 몸으로 거대한 사회 체제를 비판하고 저항했다는 점도 염두에 두어야 한다. 생기 넘치는 사람들과 화려하게 빛나는 전구 불빛에 자신의 모습이 드러나면 드러날수록 아내는 몸에서 빛이랄까 생기랄까 그런 게 빠져나가는 걸 똑똑히 느낄 수 있었다. 자만심은 어느샌가 흔적도 없이 사라지고 지.......

Sat, 07 Feb 2026 14:52
히구치 이치요(樋口一葉) <해질 무렵 무라사키>

해질무렵 무라사키 | 히구치 이치요 | 알라딘 ***2026년 1월, 일본 최초의 근대 여성 작가이자 우리에게는 오천 엔 지폐의 인물로 친근한 히구치 이치요의 작품을 읽었다. 고작 14개월 만에 『섣달그믐』, 『키 재기』, 『탁류』, 『십삼야』 등을 남기고 아깝게 요절한 일본 근대문학의 최초 여성 작가로서 서민 여성의 삶을 그려냈다. 옛 정취가 흠씬 묻어나는 한편, 자극적이지 않고 소박한 정서 속에 감정의 절제가 돋보였다. 특히 여성의 처지에 대한 적절한 인식과 여성성에 대한 뚜렷한 자각이 특징적이었다. 미도리의 눈에는 남자라는 것이 전혀 무섭지도 겁나지도 않았다. 유녀라는 것이 그다지 천한 직업이라고도 생각지 않았다. 예전.......

Fri, 06 Feb 2026 22:02
히구치 이치요(樋口一葉) <키 재기 외>

****일본에서는 메이지 20년대, 즉 1880년대 후반에 나카지마 쇼엔(中島湘煙), 시미즈 시킨(清水紫琴), 다나베 가호(田辺花圃=三宅花圃), 기무라 아케보노(木村曙), 고가네이 기미코(小金井喜美子), 와카마쓰 시즈코(若松賤子), 히구치 이치요(樋口一葉) 같은 여성 작가가 다수 등장했다고 한다. 물론 히구치 이치요는 자신이 여성이라는 뚜렷한 자각 아래 사회 약자의 목소리를 세상에 내보냈다. 한마디로 여성성을 뚜렷하게 자각한 여성작가였다. 특히 「탁류(흐린 강)」은 私娼의 목소리를 들려주는 작품이다. 여성이라는 성의 중심화를 읽어낼 수 있다. 한편, 이치요는 ‘아속절충체(雅俗折衷体)’ 즉 문어체와 구어체를 혼합한 문체를.......

Sat, 31 Jan 2026 00:38
히구치 이치요, <치열하게 피는 꽃>

치열하게 피는 꽃 이치요 | 히구치 이치요 | 알라딘 ****히구치 이치요는 마흔 권이 넘는 일기를 남겼다고 한다. 심경을 직접 토로하는 일기 장르에서도 이치요는 소설작품의 세계와 마찬가지로 감정을 절제하고 꾸밈없고 잔잔하게 사실과 심리를 표현하고 있다. 이 책에는 힘없는 여성이 무슨 일을 해내겠느냐는 탄식이 몇 번이나 나온다. 그러나 이치요의 행적과 소설 쓰기를 따라가볼 때 이 말이 표면적으로 드러내는 절망과 포기는 오히려 집요한 의지의 발현으로 읽히기도 한다. 이 책의 번역은 차마 언급하지 않겠다. 무사가 검을 빼 들고 전장을 향할 때의 위험은, 위험하다고 하는 눈앞에 마주할 적에 대한 위험이다. 하지만 형태도 보이.......

Fri, 30 Jan 2026 21:22
[번역가의 잡담놀이] 스즈키 유이의 <괴테는 모든 것을 말했다>를 읽습니다.

[번역가의 잡담놀이] 스즈키 유이의 <괴테는 모든 것을 말했다>를 읽습니다. : 네이버 카페

ue, 27 Jan 2026 16:45
[일본 근대문학 : 메이지 시대의 여성 작가] 2026년 1월 히구치 이치요

[일본 근대문학 : 메이지 시대의 여성 작가] 2026년 1월 히구치 이치요 : 네이버 카페 안녕하세요. 새해 1월에는 일본 최초의 근대 여성 작가 히구치 이치요의 작품을 읽습니다. 일시 : 2026년 1월 29일(목) 19:00~21:00 장소 : 신촌 엘피스 카페 참가비 ; 20,000원 문의 : kkw2537@naver.com

ue, 06 Jan 2026 13:38
이경자 <꽃신>

***재일조선인의 정체성을 다룬 이야기다. 여기에는 은연중에 뿌리내린 차별이라는 ‘낡은 생각’이 어떤 동기를 통해 불쑥 올라오는지 잘 나타나 있다. 일본인 초등학생들이 기아에 시달리는 ‘북조선’ 어린이를 도우려는 어느 절의 행사에 참여를 독려하기 위해 평소 친절하게 대해준 빵집 아주머니에게 포스터를 붙이게 해달라고 부탁했다가 거절당하는 장면이 있다. 빵집 아주머니는 “다른 거라면 모르겠지만 미사일을 겨누는 나라를 도와줄 수 없다”는 입장을 밝히고 나서, “초등학생은 그런 일에 안 끼어드는 게 좋지 않을까?” 하고 말한다. 아주 전형적으로 잘 그려낸 장면이라고 생각한다. 이 작품은 억지스럽지 않게 초등학생들이.......

Wed, 03 Dec 2025 19:07
[일본 근대문학 읽기] 미시마 유키오의 <금각사>

미시마 유키오의 <금각사>를 모르는 사람은 거의 없겠지요. <일본 근대소설 읽기>에서는 정통 문학작품(!)을 읽느라 유명한 베스트셀러는 거의 다루지 못했습니다. 하지만 10월에는 드디어 일본문학 작품 중에 가장 유명한 작품(?)을 읽습니다. 흥미로운 작품이니까 술술 읽을 수 있겠지요. 오붓한 자리도 좋지만 떠들썩한 자리도 좋습니다. 많이 참여해주세요. [일본 근대문학 읽기] 10월에는 저명한 <금각사>를 읽습니다 : 네이버 카페

Mon, 10 Nov 2025 21:53
[번역가의 잡담놀이] <프리덤, 어떻게 자유로 번역되었는가>를 읽습니다

안녕하세요. 홀수 달에는 흥겨운 <번역가의 잡담놀이>를 진행합니다. 이번에는 야나부 아키라의 <프리덤, 어떻게 자유로 번역되었는가>를 읽습니다. 이 책은 1982년에 나온 <번역어 성립 사정(飜譯語成立事情)>을 번역한 책입니다. 실은 대학원 시절 원서로 먼저 읽었고, 나중에 번역본 <일본어 성립 사정>(일빛, 2003)이 나왔습니다. 위에 소개한 책은 판본을 새로 해서 최근에 간행한 책입니다. 일찍이 일본에도 한국에도 ‘연애’는 없었습니다. ‘색(色)’이나 ‘연(恋)’과 구별되는 ‘고상한 감정’을 가리키는 Love의 번역어는 겨우 한 세기 전에 탄생했지요. 이 책은 사회, 개인, 자연, 권리, 자유, 그와 그녀 같.......

Mon, 10 Nov 2025 21:50
동물의 왕국- 옛 메모

120kg 나가는 암사자는 배가 불러도 시속 48km로 달릴 수 있다. 230kg 나아가는 수사자는 괴력을 발휘한다. 그의 무는 힘은 450kg에 달한다. 검은등재칼은 개과이고 새끼 물개를 사냥한다. 늘보곰은 가슴에 하얀 무늬가 귀엽다. 그러나 발톱이 날카롭다. 주로 과일을 먹고 고기는 거의 먹지 않는다. 스리랑카에 서식한다. 유럽의 들소 주버는 시속 40km로 달린다. 성체는 나수문과 가지를 1년에 4000kg 정도 꺾는다. 이는 생물 다양종에 기여한다. 임신 기간은 9개월이고 2~3년마다 출산한다. 신생 소는 25kg쯤 나간다. 타란툴라 거미는 개구리가 새끼를 지켜준다. 흰동가리와 말미잘은 완벽한 공생관계를 맺는다. 카멜레온은 11월 말에 지상에 나.......

hu, 30 Oct 2025 13: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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